"美 법원, 자금조달 행위에 초점 맞춰 '코인 증권성' 판단"

코빗리서치센터 보고서 공개
SEC, 힌먼 연설 근거로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발행 주체 중앙화 돼 있으면 '증권' 가능성 높다고 봐
하지만 법원은 자금조달 행위만 기준으로 삼아
토큰 자체에 대한 판단 안해
  • 등록 2023-07-14 오후 4:44:21

    수정 2023-07-14 오후 5:20:19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놓고, 가상자산 자금조달 행위에만 국한해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미국 법원의 일관된 기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리 겐슬러 위원장 체제 아래 SEC는 토큰 발행 주체가 중앙화 돼 있는 경우 증권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법원은 일관되게 토큰 자체가 아닌 자금조달 행위에 대해서만 증권성을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대표 오세진) 산하 리서치센터는 17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미지=코빗리서치센터)


2021년 개리 겐슬러 위원장 취임 이후 SEC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증권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를 미등록 증권거래소로 규정해 기소하고 13개의 가상자산을 증권이라고 주장했다.

SEC는 일명 ‘힌먼 연설’을 기소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힌먼 연설은 2018년 탈중앙화와 가상자산의 증권성 관련성을 처음으로 제안한 SEC 기업금융국장인 윌리엄 힌먼의 연설을 말한다. 하위 테스트를 활용해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하며 일반적으로 가상자산 네트워크가 충분히 탈중앙화돼 노력을 제공하는 제삼자가 식별되기 어려울 때는 증권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다. 힌먼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힌먼 연설이 오히려 가상자산업계의 규제 불확실성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계약 관계 자체가 아닌 계약에 쓰인 가치 교환 매개 수단을 증권성 판단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사법부는 증권성 관련 소송에서 자금 조달을 위한 자산 매각 행위를 투자 계약으로 판결했고 투자 계약에 쓰인 비금융 자산 자체를 투자 계약으로 판단한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다. 이런 원칙은 이번 리플 소송 판결에서도 이어졌다.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13일(현지시간) 리플랩스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리플을 판매한 방식은 연방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약식 판결했다. 대중들이 거래소나 스마트컨트랙트(블록체인 기반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통해 리플을 구매한 경우에는 투자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다만,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에게 리플을 판매하며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홍보한 것은 투자계약 성격을 띠며, 증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까지 미국 법원은 개리 겐슬러 의장의 생각과는 다른 결론을 냈다”며 “리플 소송으로 대표되는 현재 진행 중인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SEC와 리플랩스(리플 발행사) 중 누가 승소할 것인가가 아닌 리플(XRP) 자체를 증권으로 판단하는지 여부다”고 했다.

법원의 뚜렷한 기조가 리플 재판으로 재차 확인된 만큼, 향후 SEC가 다른 가상자산을 증권법 위반으로 기소하더라도 시장이 덜 동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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