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은 학교 책임인가 지역사회 몫인가

돌봄교실, 17년째 근거법 없이 운영
돌봄전담사·학부모 "지자체 이관 안된다"
교원단체 "돌봄업무 가중 지자체 이관해야"
전문가 "아이들, 이익이 최우선…파격적 구상 필요"
  • 등록 2020-10-30 오전 11:00:00

    수정 2020-11-01 오전 11:02:36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코로나19로 촉발된 돌봄공백이 커지면서 돌봄전담사, 학부모, 교원단체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돌봄전담사들은 ‘온종일돌봄특별법’을 철회하지 않으면 내달 6일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교원단체는 교사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학생들과 맞벌이 학부모들은 돌봄대란이 현실화될까 노심초사다.

돌봄 지자체 이관은 ‘동상이몽’

돌봄전담사, 교원단체, 학부모 모두 돌봄교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질적 성장과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돌봄 정책의 책임 주체를 두고 벌이고 있는 갈등양상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돌봄전담사들은 온종일돌봄법의 입법을 철회하고 현재 시간제로 고용하고 있는 돌봄전담사를 8시간 전일제로 채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내달 6일 전국 돌봄전담사 노조를 중심으로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평균 45.2%에 불과한 상황에서 돌봄교실이 지자체로 이관된다면 돌봄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회입법조사처의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지역아동센터는인프라와 환경, 정책대상, 인력과 종사자 처우, 서비스, 재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점이 지속돼 정책목표를 온전하게 달성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센터의 절반 이상이 유상임대인 공간적 비용과 불안정성, 부족한 관련 인프라와 주변 유해환경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센터들의 총 수입 구성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정부보조금과 지자체 별도지원금 비중은 4분의3 정도로 종사자들이 부족한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 후원과 외부공모에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때로는 아동을 행사에 참여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교원단체들은 돌봄교실 운영·관리 주체를 지자체로 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돌봄 관련 업무가 과중한 탓에 돌봄교실 운영은 교사들의 기피업무가 됐고 이로 인해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돌봄의 대상이 초등학생일 뿐 돌봄 자체의 성격은 보육이기에 주무관청은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가 돼야 하며 지역 특성과 여건을 감안해 지자체가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파업 부른 온종일돌봄특별법 ‘왜?’

돌봄전담사들의 파업을 야기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온종일돌봄법)’은 범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인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돼 지역 특성과 여건에 맞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온종일 돌봄 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이 골자다.

교사 출신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돌봄을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로 규정하고 온종일 돌봄을 지원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학부모와 돌봄전담사들은 “돌봄교실을 학교밖으로 내쫓으려고 한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법이 통과돼도 당장 자자체로 이관되지는 않겠지만 그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가 내년부터 신규 돌봄교실 중 일부를 지자체가 운영하는 방식의 모델로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결국 지자체 이관→민간위탁수순으로 활용될거란 얘기다.

당초 지자체 이관을 주장해온 학교와 교사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교사가 본연의 역할이 아닌 돌봄 관리, 노무 관리, 민원 대응 등으로 인해 교육에 전념하지 못하고 교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돌봄 수요가 커지면서 교사에게 떠맡기는 임시방편이 아닌 국가와 지자체의 돌봄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임운영 한국교총 부회장은 “돌봄의 대상이 초등학생일 뿐 돌봄 자체의 성격은 보육이기 때문에 주무관청은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 등이 되어 지역의 특성과 여건을 감안해 지자체가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돌봄을 학교안에서 실시하는 것은 안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학교는 지역의 한 구성원으로서 아이들이 원하는 다양한 활동의 일부분을 맡아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가장 잘한 정책 1위 ‘돌봄교실’…핑퐁게임

지난 2004년부터 운영되온 돌봄교실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에서 2017년 학부모가 뽑은 ‘가장 잘한 국가정책 1위’에 올랐으며 매년 95% 이상의 높은 학부모 만족도를 받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생 70% 이상이 정부가 운영하는 초등돌봄서비스중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초등돌봄교실은 17년이 지나도록 방과후학교 정책 안에 포함돼 운영되고 있으며 근거는 법이 아닌 교육부고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확정된 현재의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도 국무총리 훈령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말까지 효력을 가진다.

박동국 서울시 교육자문관은 “2020년 5월 교육부가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을 초·중등교육법에 삽입해 입법을 시도했으나 교원단체 등의 반발로 포기했다”면서 “과거 10년이 넘도록 방과후학교관련 입법은 수십차례 발의됐지만 통과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법적 근거를 만들지 못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법을 만들어 초등돌봄교실을 교육활동으로 규정하는 순간 법적 모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어 “초·중등교육법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가 정규교육이 아닌 방과후 돌봄을 또다른 정규교육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초등돌봄교실 운영에 따르는 인력과 예산, 운영체계가 국가의 책무가 되고 돌봄교실전담사들은 정규교사의 자격을 가질수 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 공적돌봄의 가치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출산·양극화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누구나 언제든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돌봄정책을 교육복지의 영역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소리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모든 아이들은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아이들에게 최상의 돌봄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사회적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이해관계자간, 가치관 사이의 간극이 해소될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이나 스웨덴 등 저출산으로 고생한 나라들은 ‘돌봄’정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면서 “우리나라도 12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도 미미하고 출산률도 떨어졌다. 지금이라도 온종일돌봄정책을 우선순위로 삼고 파격적인 틀로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온종일돌봄정책을 우선순위로 삼고 파격적인 틀로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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