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지영한기자] 13일 종합주가지수가 외국인의 매도공세에도 불구하고 사흘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주말(10일)에 이어 UBS워버그증권 창구에선 삼성전자의 매물이 흘러나왔지만 국내기관과 개인들이 비교적 원활하게 매물을 소화해냈다. 코스닥시장은 이틀째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 장중엔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매도공세를 전개하며 시장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장중 4% 이상 하락하며 32만500원까지 밀렸고 이 와중에서 종합주가지수는 804선까지 떨어지며 800선의 지지력을 시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국내기관과 개인의 매수세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유입되면서 종합주가지수와 삼성전자는 낙폭을 축소, 장후반엔 오름세를 굳혔다. 또한 연기금의 일부 자금이 주식매입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외국인이 현물과 달리 선물을 대량 매수하자 투자심리는 더욱더 개선됐다.
결국 거래소시장은 지난 주말보다 3.96포인트(0.48%) 오른 821.89로, 코스닥시장은 0.36포인트(0.47%) 떨어진 76.63으로 마감했다. 종목별로는 하락종목(거래소 392개, 코스닥 402개)이 상승종목(거래소 361개, 코스닥 308개)을 다소 앞섰다.
◇기술적 반등 불과..800선 지지에 대한 기대는 키워
이날 장세와 관련, 시장 참여자들은 대체로 기술적 반등으로 보고 있다. 미국경기가 기대만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반도체가격마저 약세를 보이면서 경제 펀더멘탈 측면에서 모멘텀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의 매도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기관으로의 자금유입이 주춤하고 있는데다 개인들의 자금도 최근 급락여파로 적지 않게 주식시장에 물려있어 수급측면에서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할 상황도 아니란 반응이 많다.
신영증권의 장득수 리서치센터장(부장)도 비슷한 생각이다. 지금 당장은 주식시장을 끌어올릴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불안한 미국시장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대체로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 부장은 다만 가격측면에선 지수 800선과 삼성전자 30만원 전후의 지지력을 기대하고 있다. 800선이나 800선을 살짝 깨는 수준까지 조정을 받을 경우엔 강한 리바운딩을 이끌지는 못해도 오늘처럼 바닥이라는 인식을 줄 정도의 수요가 꾸준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장동헌 SK투신운용 본부장 역시 당분간 의미있는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실적둔화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면이 없지 않으나 어쨌든 기업실적이나 수출부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펀더멘탈 관련 악재가 적지 않게 반영된 것도 사실이나 그동안 조정다운 조정 없이 장기간 상승했지만 이에 반해 최근 본격적인 조정이라고 볼 수 있는 약세조정이 아직 채 한달도 되지 않아 당분간은 주식시장을 조정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고 장 본부장은 말했다.
◇대략 800~900선 박스흐름 오래 지속될 수도
그렇다면 주식시장의 조정국면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조정을 가격조정과 기간조정으로 나눈다면 가격조정은 이미 적지않게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만 보면 지난해 미국테러사태 이후 상승폭의 3분의 1이나 38.2% 되돌린 수준인 780~758선까지의 기술적 하락을 염두에 둘 수 있지만 800선 전후에선 연기금 자금이나 국내기관의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어느정도 하방경직성이 강화될 것이란 가능성 때문이다.
장동헌 본부장은 수급측면에서도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이달에 피크를 이룬 다음 5월말을 기점으로 변화를 모색할 전망이며 이로 인해 시장의 하락압박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의 매도규모가 적지 않았던데다 5월말 이후 새롭게 적용되는 MSCI지수의 이머징마켓프리(Emerging market free)에서 한국의 비중이 확대돼 자연스레 외국인의 매도압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 본부장은 다만 미국의 본격적인 경기회복이나 국내 수출부문의 강한 모멘텀을 지금 당장은 확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조정은 아니더라도 기간조정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수출관련주에 대해선 철저히 기술적으로 단기대응하고 수출모멘텀을 확인하기전 매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장득수 부장도 직전고점(940선)을 상향 이탈할 정도의 본격적인 반등세를 보이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900선까지의 매물벽이 두터워진데다 900선 이상에선 2~3년전 설정된 주식형 펀드의 악성매물 출회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6월은 월드컵 기간을 맞아 어수선할 것으로 보이고 7~8월엔 외국인들의 휴가철과 맞물려 소강상태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따라서 개인적으론 3/4분기의 기업실적을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는 9월에나 본격적인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