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주식시장의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520선대로 내려 앉았고, 선물지수도 65포인트로 되밀렸다. 두 지수 모두 연초수준이다. 코스닥지수도 70선을 깨고 내려섰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기선행지수(6개월 뒤 경기전망)가 16개월만에 상승세를 탄 것으로 나타났고, 국제유가도 크게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장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나스닥선물의 약세와 일본증시의 급락세, 그리고 외국인의 매도전환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달러/원 환율의 상승세와 국고채 금리의 6%대 재진입 등도 시장에 부담을 줬다.
좋은 얘기도 서너번 들으면 짜증이 난다는데, 속락장세에 대한 관전기를 쓰는 일도 아주 갑갑한 일이다. 그런데 현물시장에 몸담고 있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오죽할 것인가.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주식투자인구 조사결과 주식투자자는 지난해말 현재 3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인구의 7%, 경제활동인구 기준으로는 15.2% 수준이라는게 거래소측의 설명이다.
과연 주식투자인구 330만명의 바람인 "랠리"의 도래는 언제쯤 가능할 것인가. 아니 "랠리"는 차치하고 520선과 500선은 지켜 낼수 있을 것인지,눈앞의 현실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게 사실이다. 우선 29일의 시황을 짚어보자.
◇사흘째 흘러내리고 있는 거래소/코스닥/선물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4.99포인트(0.94%) 떨어진 523.80포인트로 마감했다. 지난 1월 3일(521.43P)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은 337억원을 순매도해 엿새만에 팔자우위로 돌아섰다. 기관(198억원)과 개인(329억원)은 사자로 맞섰다.
코스닥지수는 하락폭이 더 컸다. 전일 보다 1.44포인트(2.04%) 하락한 69.14포인트를 기록, 지난 13일 이후 영업일 기준으로 12일만에 60선대로 주저앉았다.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은 팔고(176억원), 기관과 개인은 각각 18억원과 172억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선물지수도 0.75포인트(1.14%) 되밀린 65.30포인트를 기록, 지난 1월 3일(64.95P) 이후 최저수준을 보였다. 시장베이시스는 0.12포인트로 연이틀 콘탱고 상황을 유지했다. 현물을 매도한 외국인은 3947계약의 매수포지션을 취했다.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들인 셈이다.
계속해서 몇몇 시장특징도 살펴보자.
◇거래소 장중 저점이 낮아지고 있다
주가 하락세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 시장의 장중저점은 나흘째 낮아지고 있다. 장중저점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추세가 기울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거래소 장중저점은 지난 26일 542.09포인트에서 ▲27일 532.90포인트 ▲28일 528.79포인트 ▲29일 521.04포인트 등으로 두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장중저점의 520선 지지여부가 주목된다.
주가지수 520선은 연초랠리의 출발점이었고, 상승 돌파갭을 발생시켰던 저점지수대이기도 하다. 또 하락과정에서 두 차례 지지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따라서 의미 있는 지지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다시한번 검증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인 반도체 매도
외국인은 이날 전기전자업종을 475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335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매도는 엿새만의 일이다. 삼성전자 매도규모는 거래소 전체 매도 규모(337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3000원(1.45%)이 떨어진 20만4500원을 기록했다.
현대전자도 53억원어치, 167만주를 처분했다. 그러나 현대전자는 현대건설의 회생방안에 힘입어 220원(7.24%) 오른 3260원을 기록했다.
이날 외국인은 최근 줄기차게 매집했던 반도체주식을 처분하고 포철과 삼성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비첨단 우량주를 사들였다. 외국인의 반도체 매도세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약세와 역대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른 지분율의 조정 과정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장은 가라앉고, 현대는 뜨고
현대건설에 대한 채권은행단의 지원방침이 결정나면서 현대관련주들이 반등세로 돌아섰다. 이날 현대건설은 1억910만주에 달하는 대량거래속에 2.86%가 올랐고, 현대건설 우선주는 가갹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이밖에 현대증권이 1.36% 오른 것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0.35%, 현대상선 4.17%, 현대상사 2.80%, 현대엘리베이터 7.16% 등으로 상승했다. 다만, 현대미포조선과 고려산업개발은 각각 0.18%와 1.75%씩 하락했다.
도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조흥, 국민, 주택은행 등 4개은행은 최소 5원에서 최고 150원까지 상승했다. 특히 외환은행은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가 투자등급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한단계 낮췄지만 주식값은 15원이 오른 2035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그러나 신한은행(57억원)을 비롯 외환은행(10억원), 하나은행(16억원), 주택은행(8.8억원), 국민은행(3억원) 등 은행주를 처분했다. 외국인의 은행주 매도세는 기조적이다.
파장의 주역인 현대와 채권단의 주식값은 뜨고, 반대로 시장은 가라앉는 비합리적인 시장흐름에 대한 되새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꼬여가는 해외증시와 채권/환율
미국증시는 급락세를 보인데 이어, 글로벡스 선물시장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일본증시도 폭락했다. 일본증시의 닛께이지수는 5.04% 하락한 1만3072.36엔으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폭은 지난해 4월 이후 최대폭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외증시의 움직임과 상관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국과 일본증시의 하락세는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채권과 환율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다. 이날 국고3년 수익률은 전날보다 24bp(0.24%포인트) 높은 6.12%로 올랐다. 6% 재진입은 지난 3월13일 이후 처음이다.
달러/원 환율도 이틀간의 조정국면에서 벗어나 폭등세로 돌아섰다. 전날보다 14.10원이나 높은 1318.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국내외 주가하락과 역외세력 및 기업들의 지속적인 달러매수에 달러/엔 환율마저 급등하자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장후반 폭등하며 1320원선을 위협했다.
◇바람과 현실, 그 시간차
이제 3월 주식시장도 30일 단 하루를 남겨 놓고 있다. 그러나 3월 월봉그래프는 음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월말 종합주가지수는 578.10포인트, 코스닥은 76.76포인트를 기록했었다.
30일은 또 금요일이다. 주말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금요일은 부담스러운 날이다. 해외변수도 우호적이지 못하다.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주식투자자 330만명의 바람은 주가가 오르는 일일 것이다. 물론 선물 매도포지션을 취한 투자자는 예외겠지만.
그러나 투자자들의 바람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시간벌이가 필요한 상황이다. 3월 보다는 4월을, 4월 보다는 좀더 멀리 내다보는 현실인식이 요구된다. 주식시장은 아직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장참여를 유도할 만한 아무런 신호를 내비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