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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만난 삼성 오디오랩의 앨런 드벤티어 상무는 음향에 대한 조예가 깊은 전문가로, 초기부터 조직에 합류해 총괄 책임자를 맡아왔다. 하만에서 20여년간 오디오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과 삼성전자의 역량을 접목해 조직을 키워왔다. 해마다 평균 5명씩 인원이 늘어 현재는 박사급 4명, 현직 음악가 8명 등 총 23명이 근무한다. 이들이 이 분야에서 쌓은 경력을 더하면 300년이 넘는다. 평균 10년 이상 오디오 분야에 몸담은 베테랑들이다.
드벤티어 상무는 “LA엔 우리 직원처럼 음악에 기반을 둔 예술가가 많다”며 LA 인근인 발렌시아에 오디오 랩을 설립하자고 주장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음악가와 엔지니어 등 실제 음악 전문가들이 오디오를 만들면서 원작자가 의도한 바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최적의 오디오 기기를 연구하는 곳”이라고 오디오랩을 소개했다.
오디오 기술 분야는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나 관련 교육과정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오랜 경험을 가진 이들이 가장 적합한 개발 성과(Best Practice)를 만들어 이를 한국(경기 수원)의 연구개발(R&D) 조직과 협업해 최종 제품을 완성한다.
이런 노력 끝에 미국의 유명 소비자 매체인 ‘컨슈머리포트’는 지난해 오디오 부문 평가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13개 사운드바에 대해 ‘최고 등급’(Excellent Quality)을 부여했다. 오디오 전문 브랜드가 아닌 종합 전자제품 브랜드로는 이례적이다. 드벤티어 상무는 “반도체 기술이 아닌 오로지 오디오 기술로만 승부한 결과라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달팽이’ 통해 289개 평가요소 10분 만에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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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R&D를 위해 오디오랩은 직접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289개에 달하는 측정 요소를 약 10분이면 해낼 수 있는 ‘삼성 오디오 측정 시스템(SAMS)’과, 제품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한 위치에 두고 자사 제품이나 타사 제품과 비교·평가할 수 있는 ‘삼성 리스닝테스트 시스템(SLTS)’이 그것이다.
SAMS을 적용한 음향 측정실인 ‘무반향실(chamber)’에는 섬유질 소재로 덮인 삼각형 모양의 구조물이 가득 차있다. 음향을 적당히 흡수하는 재질을 사용했는데, 이를 통해 음질 평가에 필요한 객관적인 음향 감상 환경을 구현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음향을 전달하는지 측정할 수 있는 시설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드벤티어 상무 등 전문가들이 포진해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7개의 마이크가 회전축을 통해 회전하며 짧은 시간 안에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해졌고, 개발 기간을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 와이어를 통해 스피커의 위치를 조절하는 장치는 마치 ‘달팽이(snail)’처럼 생겼다고 해 그게 별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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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산업 전시회 ‘CES 2018’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사운드바 신제품 NW700의 경우 오디오랩의 기술력이 더해져 이런 추세를 주도하고 있다. 우퍼 스피커 두께를 90㎜로 줄이면서 사운드바 전체 두께도 기존보다 41% 줄었다. 여기에 왜곡을 최소화하는 ‘디스토션 캔슬링(Distortion Cancelling)’ 알고리즘을 더해 4개의 우퍼 등 총 7개 스피커 유닛의 움직임을 조정하며 더 풍부하고 원음에 가까운 음향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오디오랩과 함께 지난해 인수를 완료한 오디오 전문 업체 하만과의 협력 시너지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갤럭시S8 등 전략 기종의 번들 이어폰에 하만의 오디오 브랜드 AKG 기술을 적용하고 있고, 사운드바는 물론 가정용 오디오 제품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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