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매각될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 노조 설립 움직임

비대위 구성 이후 노조 설립 논의 나와
테크윈 등 앞서 설립된 노조 접촉 예상
위로금 등 퇴직 조건 협상 카드 시각도
  • 등록 2016-09-22 오전 11:27:08

    수정 2016-09-22 오후 2:18:43

김기호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 부사장은 지난 21일 경기 수원사업장에서 사업부 소속 직원들에게 매각 관련 추가 설명회를 가졌다. 사진은 김 부사장이 지난 6월 8~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코린시아호텔에서 열린 ‘유럽 프린팅 파트너 서밋’에서 지난해 성과와 올해 전략 등을 소개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최근 미국 HP로 매각을 결정한 프린팅솔루션사업부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결성에 이어 일부 직원을 중심으로 노조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설립을 주장하는 직원들은 회사 측의 전격적인 매각 발표 이후 별다른 공지가 없어 고용 승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노조를 통한 내부 결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노조 설립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위로금 지급 액수를 늘리는 등 퇴사 조건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견해도 나온다.

22일 프린팅솔루션사업부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12일 HP에 10억 500만 달러(약 1조 18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직후 내근 직원을 중심으로 비대위가 결성됐고, 노조 설립 추진도 논의되고 있다. 연 매출 2조원 규모인 프린팅솔루션사업부는 삼성전자의 신수종사업이었지만 오랜 실적 부진으로 작년 적자가 1000억원대에 달한다. 현재 국내 수원사업장과 중국 생산거점, 해외 50여개 판매거점이 있으며 전체 임직원 수는 6500명(국내 2000여명) 가량이다.

사업부 임직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감축이다. HP가 매각 협상 초기 개발인력만 인수대상에 포함 시키려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케팅·영업 등 지원부서 인력에 대한 고용 불안이 커졌다는 것이다. 사업부 소속 한 직원은 “분사가 이뤄지는 11월 1일까지 불과 한 달여가 남았는데도 사측에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경영진이나 인사 부서 등에서 사업부 임직원의 이익을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비대위를 중심으로 노조 설립에 관한 절차 등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대위가 노조 설립을 위해 접촉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앞서 매각이 이뤄진 한화테크윈과 한화토탈 노조 등이다. 특히 한화테크윈의 경우 2014년 11월 26일 매각이 발표된 지 불과 닷새 만에 비대위를 결성,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등 관련 경험이 많아 논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종균 한화테크윈 노조지회장은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쪽이 노조 설립 절차 등에 매각 관련 대응 방안에 대해 협의를 요청한다면 충분히 도울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매각에 따른 위로금 증액 등 퇴사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의도일 뿐 노조 설립까지 이뤄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매각 발표 이후 열흘이 지난 현재 노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수원시·경기고용노동지청·금속노조 경기지부 등에 접수된 프린팅솔루션사업부의 노조 설립 관련 문의나 신청은 없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린팅솔루션사업부의 매각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높게 점쳐져 왔고 매각이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임직원들이 협상 카드 중 하나로 노조 설립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위로금 등 퇴사 조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방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사업장에 있는 김기호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부사장 주재로 매각절차 관련 추가 설명회를 마쳤다. 사업부에 대한 위로금 등 퇴사 조건은 과거 매각 사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들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안은 따로 확인하지 않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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