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 vs 저축성보험 어떤 게 이익일까

  • 등록 2013-03-12 오후 3:55:39

    수정 2013-03-13 오후 2:32:04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왜 비과세가 되는 상품은 보험에만 있을까. 이 질문은 재테크를 위해 금융상품을 조금만 들여다 본 금융 소비자라면 한결같이 떠올리는 의문이다.

매월 일정금액을 10년 이상 꾸준히 부으면 그 금융상품에 붙는 이자에 부과되는 이자소득세는 0(제로)가 되는데, 문제는 10년 이상 꾸준히 부을만한 상품이 죄다 보험회사 상품이고 은행이나 증권사에는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런 탓에 보험회사에서 매달 내가 내는 돈의 10% 가량을 설계사 수당 등 사업비 명목으로 떼어낸 후 남은 돈만 굴린다는 걸 알면서도 그 비과세 혜택이 탐이 나 어쩔 수 없이 저축성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도 부지기수다.

◇ 장기 재테크 상품에 저축성 보험 맞수 등장

하지만 이제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나왔다. 3월부터 출시된 재형저축이 바로 그 주인공. 7년 이상만 부으면 이자 소득에 대해 농특세 1.4%만 내면 된다. 종전에 15.4%를 이자소득세로 냈던 것에 비하면 거의 비과세에 가깝다.

게다가 은행들끼리 재형저축 고객 유치 경쟁이 붙는 바람에 이자율도 꽤 높다. 대개 보험회사의 저축성 보험 상품이 은행 적금보다 연 0.5%p~1.0%p 정도의 이자를 더 붙여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요즘 쏟아지고 있는 재형저축은 다르다. 최고 4.6%까지 준다. 저축성 보험상품의 평균 공시이율(2013년 3월 현재 4.3%)보다 오히려 더 높다.

이자율이 은행보다 좀 더 높고 비과세가 된다는 저축성 보험의 양대 장점이 재형저축 앞에서는 둘 다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보험회사의 저축성 보험 대신 은행에서 파는 재형저축으로 가입하는 건 어떨까.

물론 저축성 보험에는 사망할 경우 얼마를 준다는 보험 기능도 들어있긴 하지만 그게 탐난다면 월 1~2천원 정도면 같은 보장을 해주는 별도의 사망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제 재형저축과 저축성보험을 오직 수익률로만 비교해보자. 재형저축과 저축성 보험, 둘 중 어떤 게 나에게 더 이익일까.

이런 의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직접 비교해봤다. 저축성 보험과 재형저축에 똑같이 월 100만원을 10년동안 부었을 때 만기 환급금을 비교해보는 방식이다. 재형저축은 I은행의 재형저축 상품으로 저축성 보험은 H생명의 대표적인 저축성 보험 상품으로 골랐다.

그러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가정이 좀 복잡하다. I은행의 재형저축은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급여이체를 하면 최고 4.6%의 이자율을 3년간 보장해 주지만 3년 후 이자율은 아무도 모른다. 4.6%의 이자율이 은행간 경쟁 과열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감안해 3년 후에는 재형저축 이자율이 4.0%로 떨어지는 것으로 가정했다.

저축성보험도 현재의 수익률은 알지만 앞으로의 수익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은행의 적금 이자율에 해당하는 생보사의 공시이율은 현재 4.3%지만 앞으로 보험회사들이 재형저축에 대항하기 위해 공시이율을 좀 올릴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해 일단 연 4.5%로 잡았다.

3년 후의 공시이율도 미지수이긴 마찬가지지만 3년후 재형저축 이자율이 4.0%로 떨어지더라도 보험사의 저축성 보험은 공시이율이 4.5%로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3년 후 시중 이자율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경험적으로 보험사의 공시이율이 은행의 적금 이자율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았기 때문에 그 점을 적용한 것이다. 물론 보험사의 공시이율은 복리로 적용되고 은행의 재형저축 이자율은 단리로 적용된다는 점도 함께 반영했다.

이런 가정으로 월 100만원씩 10년을 붓는 재형저축과 월 100만원씩 10년을 붓는 저축성보험을 비교해봤더니 10년 후에 찾게 되는 돈은 저축성 보험이 1억4391만원. 재형저축은 세후 1억441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보험사의 비슷한 저축성 보험 2~3개를 추가로 비교해봤지만 대개 1억4370만원~1억4396만원 수준으로 비슷했다.

10년동안 매월 100만원씩 1억2000만원을 부었을 때 27만원 가량을 재형저축이 더 돌려주는 셈. 차이가 크진 않지만 재형저축이 아슬아슬한 판정승을 한 셈이다.

매월 100만원을 재형저축과 저축성보험에 넣었을 경우 수익률의 차이. 재형저축은 I은행의 상품, 저축성보험은 H생명의 상품으로 비교했다. 단리와 복리의 차이, 보험료 할인, 재형저축의 농특세 등 모든 조건이 반영된 결과치다.
◇ 수익률 매년 변화..누가 더 이자 많을 지 미지수

그러나 보험사들은 이런 판정에 대해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가장 큰 논란은 앞으로의 이자율에 대한 전망 차이에서 나왔다. 지금은 재형저축의 이자율이 보험사 공시이율보다 높지만 3년 후에도 계속 이렇게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요지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과거 데이터를 보면 보험사의 공시이율이 은행의 정기예금 이자율보다 1% 포인트 이상 높았다”면서 “지금은 경쟁과열로 재형저축이 높은 금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3년쯤 후에는 재형저축의 이자율도 보험사 공시이율을 1% 포인트 정도 하회할 것으로 예측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재형저축의 3년 후 이자율이 보험사보다 0.5%포인트 낮을 것이라고 가정한 계산에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재형저축 이자율을 가정보다 0.5%포인트 더 낮춰 잡을 경우 10년 후 만기환급금이 약 150만원 정도 줄어든다는 계산을 감안하면 재형저축과 저축성 보험의 수익률 승부는 3년 후의 이자율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IBK기업은행 PB고객부 이영아 분석가는 “은행들의 경쟁상황으로 인해 재형저축 금리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사회 초년병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상품이 재형저축 밖에는 없을 것”이라며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다양한 대안이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앞으로는 재형저축에 올인할 수 밖에 없어 재형저축 고객 확보를 위한 은행간 경쟁이 누그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재형저축 금리가 보험사보다 0.5%포인트 정도 낮게 형성될 것이라는 가정에 별 무리가 없다는 쪽이다.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저축성 보험의 다른 장점도 많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은 10년 이상 불입하는 것도 가능하고 그럴 경우 비과세 혜택도 유지되지만 재형저축은 10년까지만 부을 수 있다”면서 “만약 15년 동안 매월 일정액을 적립하려는 소비자의 경우는 10년동안 재형저축을 붓고 그 돈을 찾아서 이자소득세가 부과되는 다른 정기예금에 넣어둬야 하지만 저축성 보험은 15년동안 계속 비과세로 적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성 보험의 경우는 만기 전에 사망할 경우 수백만원 가량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변수로 지적됐다. 한 생보사의 저축성 보험 상품은 사망할 경우 600만원의 사망보험금을 주는 조건이 붙어있는데 이 보험을 위해 투입되는 위험보험료는 보험사에 따라 다르지만 매월 1000원 안팎이다. 이 돈을 10년간 모으면 보험료 납입액만 12만원, 이런 보험에 별도로 가입하려면 그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재형저축에는 없는 혜택이다.

◇ 장기 유지가 관건..“저축 기간 10년 이상이면 저축성 보험이 유리할 것“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이든 재형저축이든 관건은 과연 10년씩 계속 적립금을 부으며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저축성보험은 약관대출이나 즉시인출 등을 통해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은행 측은 “재형저축도 예적금 담보대출을 통해 얼마든지 중도 인출 효과를 누리면서 상품을 유지할 수 있다”며 “재형저축 가입이 가능한 대상자들은 재형저축 대신 저축성 보험에 가입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도에 해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십분 인정한다면 중도에 해약할 경우 원금 손실이 있는 저축성보험보다는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고 단지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만 사라지는 재형저축이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실제로 중간에 해지한다는 가정이 있다면 재형저축이 훨씬 유리하다. 재형저축은 3년 이내에 해지해도 원금과 약간의 이자를 주지만 저축성보험은 3년 이내에 해지할 경우 원금도 찾지 못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재형저축이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이면에는 중도 해지율이 꽤 높을 것이라는 가정도 담겨 있다”면서 “7년 이상 유지하는 가입자가 전체의 절반이라고 가정하면 4.6%의 높은 금리는 절반의 가입자에게만 주는 금리여서 은행의 부담이 줄어들며 이런 원리는 저축성보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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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자에 강점이 있는 저축성 보험의 장점을 부각시키기에는 10년이라는 비교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 상품은 초기에는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지만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이자수익이 비과세되는 효과가 있어서 예치기간 중 마지막 3~5년에 붙는 수익이 꽤 크다”면서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제시하는 기간을 더 길게 가정해서 15년 이상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는 재형저축보다 저축성보험의 수익이 훨씬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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