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축구계 `베컴 특수`..승산있다 vs. 꿈깨라

베컴이 미국에서 축구붐을 일으킬 수 있을까?
축구계 "천문학적 연봉 값어치 한다"..패션·광고업계까지 특수 기대
회의론도 팽팽.."비인기 종목 한계 실감할 것"
  • 등록 2007-03-20 오후 4:15:30

    수정 2007-03-20 오후 4:50:01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선수 한 명의 몸값으로 5년간 매주 10억원 가량을 지급하는 축구팀이 과연 남는 장사를 할 수 있을까?

최근 세계적인 미남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을 영입한 미국 프로축구(MLS) 리그의 LA갤럭시 구단에 관한 얘기다. LA갤럭시가 베컴을 데려오기 위해 지불을 약속한 금액은 전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인 5년간 2억5천만달러. 연봉 외에 각종 스폰서 수입을 합한 금액이긴 하지만 구단에 있어 엄청난 부담 요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주장 시절의 베컴

20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한달 앞으로 다가온 시즌 개막을 앞두고 LA갤럭시와 미국 MLS 협회가 `베컴 특수`의 득실 계산에 여념이 없다는 소식을 전했다.

◇ 천문학적인 몸값엔 이유가 있다

FT는 먼저 LA갤럭시의 이번 영입을 이례적인 사건으로 평가했다. 그간 미국의 축구팀들은 스타 영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은 거물급 스타 플레이어들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미식축구나 농구, 야구 등 인기 종목에는 미국 대륙 전체가 들썩거리고, 관련 산업도 쏠쏠한 재미를 보지만 미국에서 축구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70년대 축구 황제 펠레를 불러오고도 미국인들을 축구장으로 불러 모으는 데 실패한 이후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그러나 MLS 협회 측은 이번 만큼은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돈 가버 MLB 커미셔너는 "전체(베컴 영입으로 기대되는 소득)가 부분의 합(베컴의 몸값)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아주 신중히 계산했다"고 단언했다.
 
축구 불모지 미국에서 베컴의 영입으로 축구붐이 일 경우 영입에 들어간 비용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 미국 축구계가 베컴이라는 스타 한명에 얼마나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는 미국 축구계가 `베컴 특수`를 만끽하는 분위기다. 베컴의 소속팀 LA갤럭시는 올해 사상 최대의 경기 중계권료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A갤럭시가 베컴 영입을 확정한 이후 미국의 전국 방송사들은 이 팀의 시즌 후반기 17 경기 중 16 경기를 편성표에 포함시켰다. 우승을 차지한 2005년 전체 시즌을 통털어 방송을 탄 LA갤럭시 경기가 단 17 경기였음과 비교할 때 엄청난 차이다.
 
베컴에게 지급할 천문학적인 몸값에 대해서도 LA갤럭시 구단은 이미 `베컴 특수`를 구단 수입 확대로 연결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며 느긋한 표정이다.

베컴이 받는 연봉에는 베컴의 사진이나 백넘버를 새긴 티셔츠, 유니폼 판매 대금이 포함된다. 따라서 `베컴 특수`가 한순간의 유행에 그쳐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구단이 지불해야 하는 액수 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손해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MLS 협회도 입이 귀에 걸렸다. TV 중계권료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MLS 협회는 올해 TV 중계권료 판매로 수백만달러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미식축구와 야구에 기가 꺾여 있던 축구계로서는 처음 만져보는 거액이다.

◇ 패션·광고업계도 기대 고조

베컴의 미국 입성 이후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쁜 것은 축구 관계자들 만이 아니다. 미국의 패션 및 광고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패션 아이콘으로 각광받는 베컴 부부

스포츠 마케팅사인 브랜드 래포트의 나이절 커리 이사는 "축구 선수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한 웨인 루니와 달리 베컴은 패션 리더이자 광고 모델"이라며 "베컴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굉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베컴이 출전하는 날이면 LA갤럭시의 홈 구장인 `홈 디포 센터(Home Depot Center)`가 헐리우드 미남미녀 스타들의 사교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 전통 인기종목의 벽..`회의론`도 만만찮아
 
그러나 베컴이 몸값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란 시각도 만만찮다. 소위 `텃세론`이 그것이다. 미식축구와 야구의 나라 미국에서 축구가 고정팬들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텃세론의 핵심이다.

컨설팅업체인 카렌 얼 스폰서십의 필립 패터슨 이사는 "미국이 아무리 프로 스포츠의 천국이라 하더라도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는 분명하다"며 "베컴의 등장만으로 충성스러운 서포터들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패터슨 이사는 이어 "스타 마케팅의 막대한 광고 효과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마케팅 전략이 대중의 기호와 잘 조율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문가들은 베컴의 인상적인 데뷔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베컴이라는 이름값에 모여든 미국인들을 경기력으로 사로잡는다면 미국에서도 `축구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베컴`이라는 초대형 선물 거래를 체결한 LA갤럭시. 이 팀의 흥망이 결정되는 거래 청산일은 다음달 8일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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