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방학은 '독박보육'"…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들의 절규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 일손 부족 실태 비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아이 돌봐"
  • 등록 2023-07-20 오후 2:38:35

    수정 2023-07-20 오후 2:38:35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유치원 방과 후 과정을 전담하는 선생님들이 방학 중 과중되는 돌봄 업무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는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현행 유치원 방과 후 과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비노조는 방학 중 방과 후 전담사들이 유치원 독박보육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유치원 방과 후 과정은 3~5세 유아를 위한 국가 수준의 공통 교육과정인 유치원 누리과정 중 방과 후 과정이다.

김수정 학비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학기간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들의 업무 가중이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학은 모두 방과 후 과정이라고 규정해 전담사들에게 책임이 모두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유아교육법 제21조 제1항을 보면 ‘원장은 유치원 업무를 총괄하고’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방학 중 방과 후 과정을 관리하는 원장은 17개 시도 국공립유치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학 중 방과 후 과정 관리는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가 하고 있어 방학은 ‘독박보육’ 기간이다”라고 강조했다.

학비노조가 지난 4일부터 닷새간 전국 병설·단설유치원의 방과 후 전담사 767명에게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74.5%)은 방학기간 유아의 등원율이 평소와 같거나 더 많다고 대답했다. 2명 중 1명은 방학 기간 중 지원인력이 없다(50.8%)고 응답했다. 즉, 방학 기간엔 평소보다 적은 인원으로 평소와 비슷한 숫자의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들은 돌봄에 필요한 행정업무와 연수 시간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조사에 참여한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의 46.4%는 행정업무를 수행하려면 최소 2시간 이상 보장돼야 하지만 방학 중 이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법정의무교육과 직무 관련 필수연수 시간도 보장되지 않아서 10명 중 9명(95.2%)은 근무 외 개인 시간에 온라인으로 교육을 이수하거나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비노조는 “학기 중에도 단시간 비정규직 일자리로 운영되다 보니 방학에는 한 반에 20~30명의 유아가 합반으로 운영되거나 낯선 단기 인력에 맡겨진다”며 “방과 후 과정 전담사들은 휴식시간 보장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방학 중 보육의 어려움으로 유아 안전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교육청들은 방학기간 유아안전 대책 하나 제대로 내지 않고, ‘국공립유치원장 판단에 따른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2년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방과 후 과정은 전체 유치원의 99.8%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전체 유아의 89.1%가 참여하고 있다. 학비노조는 교육공무직 중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는 4825명이며 이중 기간제 교사는 3038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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