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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펀드건 상장지수펀드(ETF)건 ESG라는 단어만 붙으면 자금이 물 밀 듯이 들어오던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흐름에 미세한 균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매달 늘어나던 글로벌 ESG ETF 자금 순유입 규모가 3~4월 두 달 연속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또 1월까지만 해도 패시브 성격의 글로벌 ESG ETF에 들어오는 자금 중 무려 40%를 차지하던 `아이셰어스 글로벌 클린에너지 ETF`와 같은 청정에너지 ETF가 최근 1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속적으로 자금이 쏟아져 들어올 때에야 돈이 주가를 밀어 올리며 양호한 수익률을 만들어 내지만, 그 역시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수익률 오름세가 정체되면 들어오는 자금이 줄고, 줄어든 자금은 수익률을 더 낮추는 요인이 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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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글로벌 대형 연기금들 가운데서도 선구적으로 ESG 투자에 열을 올렸던 일본 공적연금기금(GPIF)이 최근 ESG 투자에 냉담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다들 알다시피 GPIF는 운용자산만 1조6000억달러(원화 약 1800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연기금이죠.
지난 2017년 7월 일본 도쿄증시 내 3개의 ESG 관련 지수에 1조엔을 투입하며 ESG에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한 GPIF는 2018년에 탄소효율지수 2개에 1조2000억엔을 투자했고, 작년 12월부터는 1조3000억엔을 추가로 해외 ESG 지수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GPIF 고위 관계자들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ESG나 환경 쪽에 우수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기금 전체 수익률을 희생할 순 없다”면서 ESG 투자 확대의 속도를 늦출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의외의 발언을 내놨습니다.
일례로, GPIF는 ESG 투자 초기에 여성을 고용하고 승진시키는 일본 기업에 투자하는 테마형 소셜지수를 만들었습니다. `윈 인덱스(Win index)`라고도 불리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재팬 임파워링 위민 인덱스(MSCI Japan Empowering Women Index)`는 작년부터 지난달 20일까지 37.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일본 대표지수인 토픽스(Topix)의 43.4%에 비해 저조한 수익을 냈습니다. 같은 기간 각각 39.4%와 40.2%의 수익률에 그친 `MSCI 재팬 ESG지수`와 `도쿄증권거래소 탄소효율지수(JPX Carbon Efficient)`도 토픽스에 못미치는 실적을 내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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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심각한 고령사회인 일본을 지탱하기 위해 매년 1.7% 이상의 실질 투자수익률을 내야 하는 GPIF로서는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고위 관계자들의 얘기입니다.
GPIF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이 글로벌 ESG 투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GPIF의 식어버린 ESG 투자 열기가 ESG 투자의 냉각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신규자금이 꾸준히 유입된다고 해서 수익률까지도 그에 따라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GPIF가 주로 투자하는 일본만 놓고 봐도,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아베 신조 전 총리 때부터 위미노믹스(Womennomics)를 주창해 왔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젠더 다양성에서 우위를 보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니콜라스 스미스 크레디리요네(CLSA) 애널리스트는 “일본 토픽스500지수에 속한 500개 기업 중 이사회에 여성이 전혀 없는 상장사들이 5년 간 8%로, 여성 이사를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들보다 1.3%포인트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그 만큼 유능한 여성 이사들이 발탁되지 않았다는 것이거나 여성 이사 한 둘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남성 중심적인 기업 문화가 여전히 강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GPIF가 투자하고 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 일본 이외 글로벌 탄소효율지수(S&P Global ex-Japan Carbon Efficient)’는 토픽스를 월등히 넘어서는 68.4%의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이는 전체 지수 내에 빅테크 대표인 FAANG과 테슬라 주식을 대거 보유한데다 최근 수익이 좋았던 미국 주식을 63%나 포함시킨데 따른 것일뿐 ESG 투자의 성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굳이 이 지수에 투자할 바에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면서도 가격이 더 저렴하고 유동성도 더 높은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Invesco QQQ Trust)`와 같은 ETF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유럽연합(EU)이 청정에너지와 기후변화 관련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재정자금을 투입하는 상황에 ESG 투자가 여전히 뜨거운 화두로 남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수익률 관점에서는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는 있습니다. 수익률에 따라 ESG 내에서도 다른 테마로 언제든 갈아타거나 때로는 ESG 펀드에서 자금을 뺄 준비도 해야 합니다. 도그마에 빠져서는 안됩니다”라는 슐리 렌 블룸버그 칼럼리스트의 조언은 새겨 들을 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