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근 한 달 보름여만에 처음으로 5만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각국에서의 규제 움직임과 미국 정부의 고소득층 자본이득세 대폭 인상 우려에다 이로 인해 쏟아지는 현물과 선물에서의 매물 폭탄이 시세를 끌어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는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점치면서도 작년 말부터 이어져 온 핵심 지지선이 무너진 만큼 당분간 추가적인 조정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달러화로 거래되는 주요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12시49분 현재 24시간 전에 비해 6.66% 하락한 5만19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장중 5만달러 아래로 내려가며 지난달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비트코인 시가총액도 1조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이더리움도 6% 가까이 하락하면서 2270달러선에 머물러 있고, 바이낸스코인은 10% 이상 급락하고 있고 리플코인(XRP)도 18% 이상 급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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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주요 국가에서 나오는 규제 경고음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 재무부의 돈세탁 조사 루머 등이 퍼진 이후로 비트코인은 반등을 버거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가상자산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던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고소득층의 자본이득세를 큰 폭으로 높이려는 계획을 밝히자 투자심리가 더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자본이득세율이 39.6%로 인상되면 개인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인 37%와 맞먹는 수준이 되며, 자본이득세에 더해 투자소득에 대한 기존 누진소득세를 포함하면 연방세율이 최고 43.4%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
이처럼 악재가 쏟아지자 허겁지겁 추격 매수했던 일부 자금들이 한꺼번에 매물화하면서 가격 낙폭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강력한 랠리에서 단 한 번도 깨지지 않았던 50일 이동평균선이 무너지면서 실망매물이 더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장 데이터업체인 바이비트닷컴에 따르면 가격 하락으로 인해 5억달러(원화 약 5600억원)에 이르는 비트코인 매수 포지션이 한꺼번에 청산되기도 했다. 더구나 비슷한 시간대에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 어치 비트코인 선물 매수 포지션도 청산되면서 가격 하락폭을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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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익스체인지를 이끌고 있는 팬카즈 밸러니 최고경영자(CEO)는 “일단 50일 이동평균선이 무너진 상황이라 어느 정도는 약세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가 하락을 열어두고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시 빠른 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6만달러 회복 전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점쳤다.
비트파이넥스 파올로 아도이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달 들어 비트코인이 주춤한 가운데 이더리움이 지속적으로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알트코인들이 주목을 받자 비트코인에 대한 매수세가 다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다만 어느 정도 물량이 소화되고 나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특히 기술적으로도 상대강도지수(RSI)가 하락하면서 과매도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
가상자산 브로커리지사인 보이저 디지털을 이끄는 스티븐 얼리히 창업주 겸 CEO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지금 큰 폭으로 하락하곤 있지만, 이 역시 역사적으로 볼 때에는 그리 큰 변동성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하며 저가 매수에 무게를 실었다.
디지털뱅킹 플랫폼인 옥시즌의 라이언 콘웨이 사업개발부문 대표 역시 “몇 가지 외부 요인으로 인해 단기적인 가격 급락이 나타나긴 했지만, 금(金)이나 일부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가치저장수단이나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여전히 강세국면을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