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춘동기자] 참여정부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경기회복과 투자활성화를 이유로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조차 출자총액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당내부거래 계좌추적권 재도입과 재벌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상임위를 통과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으며, 내달 정기국회에서도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여야, 투자위해 출자총액규제 완화해야
24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정무위원회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은 "지배-소유간 괴리도를 축소하면 출자규제에서 졸업시켜주겠다고 유도하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괴리도를 줄이는 것 자체가 기업의 신규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다"며 "괴리도를 기업지배구조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신중하게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고진화 의원도 "시장개혁 로드맵이 사전 의견조율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발표됐으며, 실질적으로 출자총액규제의 실효성을 평가하기는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거들었다.
같은 당의 김정훈 의원은 "공정위가 2003년 LG그룹에 대해 두 차례 불법 계좌추적을 했으며 계좌추적 건수도 축소 발표했다"며 계좌추적권 재도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출자총액규제 투자와 관련없다` 반론도
여당 의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열린우리당 채수찬 의원은 "투자가 훨씬 광범위한 목표인 것을 감안해 지배구조 개선 등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법으로 의미 있는 투자와 의미 없는 투자를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신학용 의원은 "경제가 활황이고 잘 돌아간다면 문제가 안되지만 이제는 경제성장과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눈을 돌려야 한다"며 "명분보다 실리가 앞선다면 출자총액규제의 예외인정을 없애고, 출자한도를 50%정도로 확대하는 등 대폭 완화해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채비율 100% 졸업규정을 삭제하는 등 기준이 왔다갔다하면서 법적 안정성과 예측성도 떨어진다"며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규제를 가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당 이근식 의원은 "경제의 어려움을 공정거래법 자체에 두고 기업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제하고 "다만 경제는 심리인 만큼 공정위도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는 인식을 충분히 알리면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위를 변호했다.
같은당의 이상경 의원도 "출자총액규제는 투자와 관련없는 만큼 이번 개정안에 대체적으로 찬성한다"며 "오히려 출자총액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많은 예외규정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국회 통과 `불투명`
경제상황을 이유로 야당인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인 우리당 다수 의원들도 출자총액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원안통과가 불투명해졌다.
특히 최근 여당은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투자활성화와 경기부양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 규제와 개혁 중심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작년 정기국회에 이어 올 7월 임시국회에서도 정무위에 제출됐지만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넘어온 바 있다. 작년에는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계좌추적권 연장에 반대하면서, 올해는 국회 일정이 지연되면서 다음 회기로 이월되는 불운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