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하이투자증권은 6일 발간한 연간 전망 리포트에서 내년 경기 시나리오에 대해 약한 경기둔화와 급격한 경기 침체 경로 중 하나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어느 쪽이든 채권시장으로선 긍정적일 것이란 평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는 사실상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으로 인한 경제활동 둔화가 포착되는 이상 연준이 추가 인상 명분을 찾기는 예전보다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인상 기준 자체도 높아져 내년 인하 단행 전까진 동결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 우려 요인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짚었다. 내년 인하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고용과 같은 핵심지표가 빠르게 위축되지 않는 한 조기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 외 중동전쟁 장기화나 기후변화 이슈 등의 충격이 더해질 경우 금리인하는 더 멀어질 수 있다고 봤다.
코로나 이전 대비 높아진 중립금리와 기간프리미엄의 상방 경직성 또한 불안 요소다. 그는 “미국 재정적자로 인한 수급 문제로 기간프리미엄 상승이 촉발됐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 부채 급증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비용 확대 현상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미국 재정적자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은 부채 문제가 현실화될 시기라는 점도 주목했다. 연준 고금리 기간이 길어지면 부채의 규모는 커지고 펀더멘털이 약한 경제주체의 체력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대표적으로 하이일드 등 저신용기업들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관련 이슈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하이일드 채권발행 기업들의 경우 올해 2분기까지는 견조한 이익과 재무상태를 유지했지만 최근 부채비율이 반등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약화조짐이 보인다”고 부연했다.
향후 위험자산 선호 약화도 전망된다. 실질금리가 상승할수록 레버리지 비율이 큰 경제주체 등 고금리 취약 부문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선호는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는 “해당 자산 가격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가계 초과저축 감소와 부채상환 부담이 맞물리며 향후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내년 하반기 금리인하 단행이 주요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