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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78·여)에게 최근 무죄 확정 판결했다.
대법원, 상고 기각…사건 미궁으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원심(2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보면 원심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자백의 신빙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측)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A씨는 범인이 아닌 것으로 확정됐다. A씨의 자백과 법정 진술은 사실로 인정되지 않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이 사건은 애초 2020년 4월21일 오전 0시55분께 인천 미추홀구 A씨 딸의 집에서 A씨가 112로 “아들의 목을 졸랐더니 죽은 것 같다”고 신고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검찰은 A씨의 범행시점을 오전 0시30분께로 추정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미추홀경찰서는 A씨를 범인으로 보고 인천지검에 구속송치했다. 검찰은 A씨의 자백 등을 토대로 구속기소하고 결심공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검·경의 수사는 빗나갔다.
A씨는 검·경에서 “아들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면서 술을 더 가져오라고 해 냉장고에서 소주병을 꺼내 아들의 머리를 내리쳤다”며 “아들이 흘린 술을 닦아달라고 해 수건을 가져와 아들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아들은 숨지기 전 동생인 A씨의 딸과 말다툼을 했다.
법원, 딸 범행현장 있었는지 의심
1심 법원은 당시 76세 노인이 173.5㎝, 102㎏의 50세 남성(아들)을 상대로 수건(길이 75㎝·폭 40㎝)으로 목을 졸라 살해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시도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범행 재현 과정에서 아들의 머리를 가격하는 동작이나 수건으로 목을 조르는 동작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태도를 보였다. 목을 조르는 동작을 하라는 요구에 “어떻게 해요”라고 반문한 다음 경찰관 지시에 따라 목을 조르는 동작을 해 법원은 A씨의 진술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딸이 집을 떠나기 전 피해자가 살아 있었다고 한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딸이 4월20일 저녁 집에 와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한 상황 등에 대해 논리적으로 진술하지 못한 점 등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 자백의 신빙성을 문제 삼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범행을 저지른) 가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허위진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며 “집을 떠날 때 피해자가 생존해 있었다는 딸의 진술을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 아들이 살해당할 때 딸이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검찰은 1심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수사결과를 확신한 채 항소했지만 2·3심 법원은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2심 법원도 범행시점인 4월21일 0시30분께 현장에 A씨와 아들만 있었다는 것이 진실인지에 관한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1심 무죄 판결 뒤 석방됐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인천지검측은 “존중한다”고 밝혔다. 진범을 잡을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미제사건을 맡고 있는 인천경찰청은 이 사건의 판결 내용을 확인한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필운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는 “피고인의 자백에 신빙성이 없고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이 났다”며 “검·경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진범을 찾아 엄벌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