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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은 12일 지난 8일 별세한 조양호 한진(002320)그룹 회장의 추도사를 통해 “변화와 혁신을 통해 황무지에 불과하던 항공·물류산업을 세계적 반열 올려 놓은 조 회장이 갑작스럽게 떠나 비통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허창수 회장은 “조 회장의 수송보국(輸送報國) 정신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물류 선진국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최빈국에서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라며 “평창동계올림픽과 한미재계회의, 한불최고경영자클럽 등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언제나 발벗고 나섰던 애국자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언젠가 한진 그룹의 사명이 한민족(韓民族)의 전진(前進)을 의미한다고 말하던 때가 생각난다”면서 “그 뜻을 소중히 이어받아 한국경제 재도약과 국가 발전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허 회장의 추도사 전문
조양호 회장님. 먼 곳에서 들려온 비보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먹먹함이 밀려옵니다.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경제계를 보듬어주시던 회장님께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셨다니 비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회장님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신 민간 외교관이셨습니다. 민간 외교의 장에는 항상 회장님이 중심에 서 계셨고, 세계 기업인들과 함께 한국경제의 미래를 고민하셨습니다. 기업은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한미재계회의, 한불최고경영자클럽 등 국제 경제 협력의 선두에 계셨습니다.
특히 작년 10월 韓美 재계회의를 주재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자리에서 양국 간 굳건한 동맹과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열정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편치 않은 몸이셨을텐데, 내색 한번 하지 않으시고 흔들림 없이 회의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란 생각에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아직 할 일이 많으신데 이렇게 떠나시니 남은 이들의 안타까움과 슬픔이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회장님은 나라와 국민이 무엇보다 우선이셨던 애국자였습니다.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언제나 발벗고 나서셨습니다. 2009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거의 모든 IOC 위원을 만나 평창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셨습니다. 지구 16바퀴를 도는 그 열정 덕분에 국가적 숙원 사업이었던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궂은 일도 마다않고 소임을 다하셨습니다. 국가를 위해 끝까지 헌신하시던 당신을 우리는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회장님은 우리 사회의 따뜻한 어른이셨습니다. 소외된 이들에게 회장님의 따뜻한 손길이 닿아 있습니다. 재해로 고난을 겪는 이들, 왕래가 불편한 도서지역 주민들을 살피시면서 많은 지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한국을 넘어 제 3세계 국가에 이르기까지 봉사와 희생으로 어려움을 함께 하셨습니다. 회장님의 그 숭고한 뜻과 배려의 손길은 저희 남은 기업인들이 계속 이어 나가겠습니다.
조양호 회장님
언젠가 한진(韓進) 그룹의 사명이 한민족(韓民族)의 전진(前進)을 의미한다고 말씀하시던 때가 생각납니다. 나라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사명이 지어졌다는 그 말씀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회장님의 열정과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흔들림 없는 태산처럼 묵묵히 한국경제를 이끌어 주셨던 회장님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어쩔 수 없는 마음에 그리움이 더 커져만 갑니다.
이제 회장님께서는 떠나셨지만 회장님의 뜻은 우리 경제인들의 가슴속 깊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그 뜻을 소중히 이어 받아 한국경제의 재도약과 국가 발전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부디 힘겨웠던 세상의 짐과 걱정 다 잊으시고 편하게 잠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