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윤경기자] 최근 미국 기업들의 1분기(1~3월)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예전과는 달리 기업 실적발표시 듣기 어려운 단어가 있다. 바로 "프로포마(pro forma)란 단어다.
프로포마회계는 1회성 비용이나 특별손익을 임의로 제거하는 회계방법으로 기업들이 실적을 실제보다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돼 왔다. 특히 인터넷 버블이 일던 시기 기술주들이 애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주요 기술기업들이 프로포마회계방식을 버리기 시작했다. 인텔과 선마이크로시스템즈,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의 리서치 디렉터 척 힐은 이와 관련, "기업들이 이제 (실적발표시) 무엇을 제외해야 하고 무엇이 아닌 지를 가늠하면서 현실적이 되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업들이 프로포마회계를 사용하느냐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회계기준(GAAP)을 사용하느냐 문제는 주가의 밸류에이션(valuation) 문제와도 연계된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의 주가수익배수(P/E)를 계산할 때 GAAP를 기준으로 하면 P/E는 32배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사용하고 있는 영업이익(operating earning)을 기준으로 할 경우 P/E는 19배가 된다.
최근 몇 년간 이 둘 간의 차이는 많이 벌어졌었다. 지난 2001년 중반까지 퍼스트콜에 분기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GAAP 기준에서 사업비용으로 들어간 비용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 60센트가 이익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주까지 2003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166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퍼스트콜 데이타에 비해 조금 많을 뿐이었다. 퍼스트콜이 집계한 기업 가운데 70% 이상의 영업이익이 GAAP에 기준한 것이었다.
SEC 관계자는 새로운 공정공시규칙(Regulation G)이 지난달 부터 시행되기 시작, 결과적으로 기업들과 애널리스트들로 하여금 GAAP 순익에 중점을 맞추도록 이끌었다고 말했다.
SEC의 공정공시규칙은 기업들이 비(非)GAAP 회계기준, 즉 프로포마 회계기준에 따라 "돋보이는" 실적을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SEC는 비GAAP 회계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GAAP회계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조작하는 것을 막고 있다. 만약 해당 기업이 비GAAP 기준을 언급하게 될 경우 반드시 GAAP 방법으로 산출한 실적에 대해서도 언급하도록 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지난 1분기 27억9000만달러, 주당 26센트의 순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퍼스트콜이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S의 주당순익은 27센트로 추정됐었다. 이들 대부분은 2억5100만달러에 달하는 세전투자순익을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억2400만달러 규모의 투자로 인한 영업권 상각 또한 배제했기 때문이다.
MS 대변인은 또 회사측이 영업실적의 일부분으로 투자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지난 1분기 6790만달러, 주당 25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포마 기준으로 볼 경우 브로드컴은 17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된다.
브로드컴측은 프로포마 회계가 사업분야 가운데 부각되고 있는 부문이 어떤 것인 지를 알려주고 비현금 및 1회성 활동 등을 표준화해 주기 때문에 함께 공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기업들은 SEC의 새로운 규제를 무시하고 있다.
테넷헬스케어는 1분기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순익(net income from operation)이 1억9000만달러로 희석된 1주당 40달러"라고 밝혀 마치 GAAP 기준에 맞춰 실적을 발표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2억4500만달러에 달하는 영업비용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할 경우 실제 테넷은 55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