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열실신에 곰팡이 계란까지…세계잼버리가 뭐기에

4만3000명 한국에서 역대 최대 행사 새역사
땡볕 아래 매립지 개최 8년 전부터 우려했지만
주최측 안일한 대처…최대 다사다난 오명 쓸라
  • 등록 2023-08-04 오후 3:25:23

    수정 2023-08-04 오후 3:45:41

[부안=이데일리 이지현 황병서 기자] 세계 청소년들의 축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BTS의 나라 대한민국을 동경하던 세계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의 자연에서 열흘간 생활하며 미래의 꿈을 키워나가는 청소년들의 교류의 장을 만들겠다며 어렵게 유치한 행사였다. 정부는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한번 높이겠다고 했지만, 현장은 달랐다. 폭염으로 열실신 환자가 속출하고 현장 안전·위생 관리 미비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혐한(한국혐오)제조축제’라는 오명만 쓰고 있다. 새만금에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4일 오전 전북 부안군 잼버리 델타구역에서 대원들이 더위에 지쳐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한국에서만 두 번째 행사였는데


세계잼버리는 1920년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적인 청소년 야영대회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오는 2022년 창설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잼버리 유치를 박근혜 정부 때부터 본격 추진해 왔고 8년 전인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유치에 성공하며 대대적인 성공 팡파르를 터뜨렸다.

2020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식 모습(사진=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국 제공)
한국에서는 32년 전인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17회를 성황리에 개최한 바 있다. 당시에는 135개국 1만9000여명이 참여했다. 잼버리 유치로 강원도는 도로 확·포장 등 지역 개발이 앞당겨지고 아름다운 자연자원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전북 부안도 이런 기대감이 있었다. 전북도 역시 강원도처럼 세계 각국의 미래 지도자로 성장할 청소년들에게 전북의 수준 높은 문화유산을 알리고 한류 콘텐츠를 통해 국가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잼버리대회는 다른 국제행사에 비해 기반 조성 등 추가 예산 부담이 적고 참가자들이 전액 자비를 들여 열흘 이상 현지에서 야영하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는 계산도 깔렸다.

당초 전북도는 이번 잼버리대회에 참가비(310억원)와 국비(54억원)·지방비(127억원) 등 총 491억원이 들 것으로 봤다. 전북연구원에 따르면 잼버리 기간 발생하는 지출 비용이 100% 전북 지역에 투입된다는 가정 아래 국내 생산유발효과는 796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293억원, 고용유발효과는 1054명으로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전체 경제효과는 6000억원 이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2007년 영국, 2011년 스웨덴, 2015년 일본, 2019년 미국에서 개최된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으로 국경이 단절됐다가 다시 열린 만큼 행사에 대한 관심과 참가 열기는 그 어느때 보다 폭발적이었다. 6월 30일 기준 154개국 4만3189명(국외 3만9396명, 국내 3793)이 신청하는 등 역대 최대 축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새만금 부지에 캠프를 조성, 야영 생활을 할 수 있게 했다. 17개의 서브 캠프(약 2000명 규모)와 5개의 허브 캠프(약 1만명 규모)를 구성했다. 그런데 야영장은 새만금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로 지정된 곳이어서 물 빠짐이 용이하지 않은 곳이었다. 상·하수도, 임시하수처리시설 등 공사는 언제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난 6월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가 열리기 전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에 곳곳에 물웅덩이가 만들어졌고 조직위는 임시방편으로 팔레트를 설치해 그 위에 텐트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 모습은 물 위에 떠 있는 텐트로 이미지화해 여러 패러디 이미지로 양산되고 있다.

1일 팔레트 위에 텐트를 설치려고 준비 중인 참가자 모습(사진=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국 제공)
가장 기본적인 화장실도 태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조직위는 4만여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화장실은 330개소만 지었다. 샤워장은 이보다 더 적은 300개소뿐이었다. 급수대도 125개소, 분리수거장도 25개소로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곳저곳 넘쳐나는 쓰레기로 벌레가 창궐하며 4일에만 383명이 벌레 물림으로 의료실을 찾았다.

폭염에 코로나19까지

폭우가 지나며 폭염이 시작됐고 연일 온열질환자가 쏟아지고 있다. 행사 전날에만 4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행사 첫날 139명, 둘째날 138명 등이 열실신 등으로 의료기관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들을 수용한 충분한 의료장비는 부족했다. 테이블에 누워 수액을 맞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SNS 등에 공유되며 자녀를 잼버리에 보낸 해외 부모들은 우려를 쏟아냈고 이는 외교관들까지 나서는 상황으로 번졌다. 미국·영국·그리스·아일랜드 등이 한국 정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특히 주한미국대사관과 영국대사관에선 대회 현장에 직원들을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세계잼버리 행사에 대해 여러 대사관 측에서도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려 사항에 대해선 조치했거나 계속 조치예정이고, 주한외교단과는 외교부와 협력하여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4일 오전 전북 부안군 잼버리 델타구역에서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참가자 1명당 2알씩 지급된 구운 달걀에서는 곰팡이가 나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서서 전량 회수했다. 하지만 K-푸드에 대한 불신이 심어진 다음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지 내 코로나19 확진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3일 전북도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새만금 잼버리 영지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9명(남성 10명·여성 5명)으로 집계됐다. 조직위에 따르면 3일 기준 28명이나 된다. 내국인 확진자는 귀가 조처, 외국인은 임시생활시설(김제 국립청소년농생명센터)로 이송됐다.

이런 상황에 참가자들은 자꾸만 줄고 있다. 당초 역대 최대 규모인 4만5000여명이 모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조직위는 7월 31일 159개국 4만3225명으로 올 것으로 수치를 수정 전망했다. 하지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발표한 주요 통계 자료에는 참가자가 총 155개국 3만9304명으로 표기됐다.

조영식 조직위 운영본부장은 “이날 오전 8시 기준 155개국 4만2593명이 참가할 것으로 잡혀있는 데 집계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몰래 퇴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현재 공식적으로 퇴영자는 2명”이라며 “2일에 지도자 1명이, 3일에 대원 1명이 개인적인 사유로 퇴영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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