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죽으려고"…전 여친 찾아가 시너 뿌린 50대男 범행 이유

[이데일리 이소현 이수빈 기자]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가 일하는 식당에 찾아가 인화성 물질인 시너를 뿌린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같이 죽으려고 했다”며 자신의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8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오권철) 심리로 살인예비 등 혐의로 기소된 A(57)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작년 11월 21일 인화성 물질인 시너를 구매하고,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식당으로 찾아가 음식을 준비하고 있던 타인의 얼굴과 몸통에 시너를 뿌린 혐의를 받는다. 이후 A씨는 라이터를 꺼내려 했으나 손님에게 제지당한 뒤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 측은 전 여자친구인 피해자 B씨뿐 아니라 사건 현장에서 피해를 입은 지인 C씨 모두 살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A씨를 기소했다.

이날 재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시너를 사람에 직접 뿌린 것은 아니며 바닥에 뿌린 것이 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너를 직접 구매했고 피고인도 같이 죽으려는 생각에 시너를 뿌렸지만, 이내 후회하고 라이터에 불을 켜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 변호인 측 주장을 들은 재판부는 “확정적 고의는 없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것까지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피해자 B씨를 죽이고 본인도 죽으려고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이려고 한 게 맞느냐”고 묻자 A씨는 “당시에 (전 여자 친구인) 피해자(B씨)는 없었다”며 “잘 아는 여동생(C씨)이 있었다. 술이 너무 만취됐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 B씨를 지속적으로 의심하면서 불만을 쌓아왔으며, 시비를 걸고 폭행했다.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신고 당한 A씨는 작년 11월 20일께에도 퇴거하지 않고 피해자를 괴롭힌 혐의를, 작년 12월 13일께에도 경찰이 출동해 퇴거 요청에도 피해자를 지켜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B씨를 신변보호 대상자로 지정하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공판 기일은 다음 달 12일 10시 40분으로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