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미국, 중국, 소련(러시아) 등 선진국들만이 갈 수 있었던 달에 우리도 갈 수 있을까. 아직 자력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산 로켓 누리호는 지구 저궤도에 위성을 올릴 수준이고, 달까지 위성이나 로켓을 보낸 적이 없어 극한의 환경을 이겨낼 우주탐사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이 만든 탑재체까지 입고돼 우리나라가 처음 달에 보낼 한국형 달궤도선 발사 준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내년 8월에 미국 스페이스X의 로켓에 우리 손으로 만든 달 궤도선을 실어 달에 보낼 예정이다.
| 한국형 달궤도선 탐사를 상상한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동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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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100% 국산은 아니다. 달 궤도선은 위성(궤도선 본체)와 6종의 부착품(탑재체)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1개 부착품(섀도캠)을 외국 연구진(NASA)이 맡았기 때문이다. 본체는 항우연과 국내 기업들이 만들었다. 5종의 탑재체는 △고해상도카메라(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광시야편광카메라 (한국천문연구원) △자기장측정기(경희대) △감마선분광기(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인터넷(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이 주도해 제작했다.
국산 부착품과 궤도선 본체가 조립 준비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NASA 탑재체 1개까지 오면서 10월까지 총조립을 마친 궤도선이 우주환경 시험에 돌입한다.
김은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NASA가 맡은 탑재체가 오면서 한국형 달 궤도선 총조립을 빠르면 다음 달 중에 끝내고, 열진공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본체와 탑재체 단위별로는 검증이 끝났지만, 전체 총조립 후 극한의 환경에서 잘 작동하는지 확인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NASA 연구진이 개발한 탑재체 ‘섀도캠)’.(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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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연구진이 만든 섀도캠은 달의 남북극 지역에 있는 분화구처럼 태양광선이 닿지 않는 어두운 지역을 촬영하는 역할을 하는 고정밀 촬영 카메라이다. 달탐사선 발사 계획이 없었던 상황에서 미국 연구진의 이해 관계와 NASA의 심우주 항행기술, 심우주 통신기술을 무료로 전수 받겠다는 한국, 미국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으면서 협력이 이뤄졌다.
특히 한국과 미국 양국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주도 유인 달탐사 국제협력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르테미스 약정 체결에 기반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2024년 달 유인착륙 후보지를 대상으로 섀도캠을 통해 물이나 자원 존재 여부와 지형학적 특성을 측정해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달 궤도선이 앞으로 남은 총조립, 우주환경시험, 발사 등에 성공하면 앞으로 1년간 달 궤도를 돌면서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우주 탐사 기반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다.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달 탐사 사업은 한·미 협력을 통해 심우주탐사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달 착륙선 개발 등 우주탐사의 시작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는 10월 한국형 발사체 발사와 내년에 시작하는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 개발과 함께 우주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