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심판정에서 진행된 민수용 콘크리트 파일 담합사건 전원회의에 참석한 한 피심의인(법인)의 대표는 6시간 가까운 기다림 끝에 주어진 최후 발언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하지만 이미 담합행위를 저지른 것은 변할 수 없었고 다시 무거운 과징금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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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공정위는 2008년 4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아파트 등 건설에 사용된 콘크리트 파일 담합행위를 벌인 삼일씨엔에스(004440) 등 24개 콘크리트 파일 제조·판매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018억 3700만원을 부과했다. 삼일씨엔에스가 가장 많은 261억1500만원의 과징금을 받았으며 20억원 이상 과징금이 부과된 법인도 11곳이나 됐다.
앞서 공정위는 관급공사에 사용된 콘크리트 파일 공공 구매 입찰에서 담합행위를 한 23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504억 8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민수용 콘크리트 파일 담합 행위로 제제를 받은 24개 회사 모두 관급공사 담합 때도 과징금이 부과됐던 법인이다.
다만 이들 업체 대부분 이미 검찰 수사를 통해 기소(형법상 입찰방해죄)돼 별도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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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따르면 사건 담합이 시작된 2008년 콘크리트 파일 시장은 철근·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는데 반해 사업자들 간 경쟁으로 콘크리트 파일 판매가격은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이었다. 콘크리트 파일은 건물 기둥 역할을 하는 건축재료로 주로 아파트 건설현장의 연약지반 보강 기초공사에 사용된다.
이에 삼일씨엔에스, 아이에스동서(010780), 아주산업 등 17개사가 먼저 2008년 4월경부터 서로 경쟁을 자제하고 시장가격 하락 방지를 위하여 콘크리트 파일의 기준가격 인상 등 이 사건 담합을 시작하였다. 이후 유정산업, 동양파일, 삼성산업 등 나머지 7개사도 담합 협의체에 참석함으로써 총 24개사가 이 사건 담합에 가담했다.
담합은 치밀하게 진행됐다. 24개사는 콘크리트 파일 가격하락 방지 및 적정 재고량 유지 등을 목적으로 2008년 4월 1일부터 2017년 1월 11일까지 콘크리트 파일의 △기준가격 △단가율 △생산량 감축 △ 순번제 방식의 물량배분까지 합의했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먼저 가격 담합의 경우 사건 24개사는 2008년 4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콘크리트 파일의 판매가격을 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기준가격을 총 4차례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또 단가율의 경우 60% ~ 65% 수준으로 그 하한을 설정하기로 합의해 콘크리트 파일의 판매가격을 인상·유지했다.
또 2016년 설립된 동진파일을 뺀 23개사는 2008년 12월부터 2014년 9월까지의 기간 동안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파일의 적정 재고량이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생산량, 출하량, 재고량 등의 정보를 교환하고 업계 전체 재고량 수준이 적정 재고량 수준을 상회한다고 판단될 시 생산공장 토요휴무제 실시 및 공장가동시간 단축 등 적극적인 짬짜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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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훈 카르텔조사과장은 “사건 24개사들이 콘크리트 파일 기준가격 및 단가율을 합의·실행한 결과, 담합기간 동안 주력 생산제품인 A종 500mm 구경 콘크리트 파일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하거나 대체로 합의한 수준을 상회 또는 육박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작년 관수 콘크리트 파일 입찰담합 제재에 이어서 민수시장의 담합 관행도 시정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 과징금 액수는 위원회가 피심인의 사정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4일 사건 심리를 위해 열린 전원회의에서는 피심의인(법인)이 24개사나 되면서 심판정에 100여명 가까운 인원이 가득 찼다.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된 전원회의는 식사시간도 없이 이어져 오후 8시쯤 마무리됐고 일부 법인 대표이사는 방청석에 앉기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또 당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거셌던 탓에 공정위 측은 참석하는 피심의인 관계자 모두에게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는 등 방역에도 신경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