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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뇌물수수와 성범죄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5년여 만에 검찰에 다시 출석했다. 김 전 차관이 수사기관 조사를 받기 위해 공개적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차관은 9일 오전 10시 3분쯤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있는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왔다. 검은색 그랜저 차량을 타고 온 그는 변호인과 동행했다.
그는 미리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지 않은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김 전 차관은 “별장 동영상 속 인물이 본인이 맞나”·“윤중천씨와 어떤 관계냐” 등 취재진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이른바 강원 원주 ‘별장 성접대 동영상’ 등장인물로서 지난 2007년 건설업자 윤중천(58)씨와 함께 동영상 속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또 지난 2005~2012년 윤씨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혐의도 받는다.
수사단은 이에 앞서 지난달 23일부터 최근까지 윤씨를 6차례 불러 뇌물 및 성범죄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윤씨는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인정했지만 강압적 성관계는 없었다며 성범죄 의혹을 부인했다. 윤씨는 뇌물 의혹에 대해선 지난 2007년 수백만원 가량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또 2007년 김 전 차관이 목동 재개발 사업을 도와주는대가로 집을 싸게 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씨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2008년 이후의 뇌물 공여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단은 이날 첫 소환 이후 김 전 차관을 몇차례 더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김 전 차관의 혐의를 소명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지 6일 만에 성접대 동영상 파문이 불거져 자진 사퇴했다. 그는 이후 한 차례 경찰 수사에 이어 두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김 전 차관에게 특수강간 혐의가 있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그러나 두 차례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해 조사했다. 검찰은 한 차례 그를 비공개로 소환 조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