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연설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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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새해 벽두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평창구상’이 탄력을 받고 있다. 북한에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를 촉구하고 미국에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를 제안한 것에 대해 북한이 화답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를 시사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는 그간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시기·장소·형식 등에 구애됨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왔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새해 들어 전례 없이 적극적인 태도로 나오면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핵문제 해결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꺼져가던 한반도 운전자론의 불씨도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文대통령, 12월 평창구상 승부수…김정은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가능”올해 집권 2년차를 맞이하는 문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개최다. 가장 확실한 카드는 북한의 올림픽 참여다. 이는 곧 핵·미사일 도발 중단의 이음동의어와 마찬가지인 만큼 올림픽 성공을 넘어 세계평화로 가는 지름길이다. 문제는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문제 등의 여파로 일부 국가들이 아직까지 올림픽 참여를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오후 KTX 경강선(서울∼강릉)을 시승 행사 중이던 대통령 고속 전용열차 내에서 가진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미양국에 승부수를 던졌다. 한동안 우리 정부 내에서 금기시됐던 ‘한미군사훈련 연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면서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촉구했다.
특히 체육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는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를 바란다”며 “과거의 사례를 보면 북한이 참가하더라도 확약하는 것은 거의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때까지 계속 설득하고 권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평창구상을 제안한지 13일 만에 화끈하게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지금은 등 돌리고 자기 입장이나 밝힐 때가 아니다. 우리 민족끼리 북남 관계 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출로를 과감히 열어나가야 한다”며 “남조선 겨울 올림픽은 민족의 위상을 높일 것이며 그 대회가 성과적으로 열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대표단 파견 등도 충분히 가능하다. 동족의 행사를 돕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코리아패싱 오명 극복할까?…남북관계 개선·북핵해결 주도권 분수령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냉각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베를린구상’을 천명했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북한은 이른바 ‘통미봉남’ 원칙을 노골적으로 구사하면서 우리 정부를 철저히 무시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구상은 코리아 패싱(한반도 문제에서 대한민국 소외 현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힘을 잃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남북 당국간 만남 제의 등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축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선수단의 참여를 촉구한 지 6개월여 만의 반응이다. 북한의 올림픽 참여는 남북관계 해빙무드로 이어진다. 스포츠와 민간분야 중심의 교류는 물론 남북 당국간 대화도 재개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대화제의가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린 위장평화 공세라는 우려도 있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는 긍정적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남북이 함께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남북이 책임 있게 마주앉아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의 해법을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11월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재개로 한반도 긴장국면이 최고조에 이른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변화다. ‘코리아패싱’이라는 오명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온 문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가 빛을 발한 것이다. 더구나 북한의 올림픽 참여는 남북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의 중대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에 일종의 시그널을 보내는 것인 만큼 우리 정부의 주도권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중단 및 올림픽 참여와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는 낮은 단계의 쌍중단(한미군사훈련과 북한 도발의 동시 중단)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인 만큼 문 대통령의 향후 북핵해법이 쌍중단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물론 관건은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다. 다만 북한이 이미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은 물론 최고 권력자가 올림픽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