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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여행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사드 충격’에 중국인 관광객(유커)은 오지 않는데,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은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여행수지는 경상수지(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를 구성하는 서비스수지 중 하나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 팔아 벌어들인 외화(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를 말한다.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여행수지 적자국이기는 하다. 다만 그 정도가 심화하는 것은 국내 민간소비에 타격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여행수지 적자, 사상 최대
한국은행이 5일 내놓은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7월 여행수지는 17억9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이는 사상 최대 적자 폭이다. 지난 2008년 7월 당시(-16억5000만달러) 적자가 가장 컸는데, 이보다 더 악화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2억8000만달러)보다는 5억1000만달러 적자 폭이 커졌다. 직전달인 지난 6월(-13억9000만달러)과 비교해도 4억달러 늘었다.
우리나라는 입국자 수가 더 줄어드는 반면 출국자 수는 더 느는 경향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출국자 수는 238만9000명을 기록했다. 역대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208만6000명)보다 14.5% 늘었다. 여름휴가를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보내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중국 외에 일본 동남아 등 다른 국가들도 우리나라를 찾지 않고 있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여행수지 적자는 유커 영향이 압도적”이라면서도 “중국인이 안 오면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더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더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제 사드 후폭풍 초기인 3월까지는 일본인 관광객 등이 국내를 더 찾았지만, 4월부터 점차 감소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여행수지 적자 폭은 8월에 더 커질 수도 있다. 8월도 휴가철이어서 7월 출국자 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8월 출국자 수(206만4000명)가 7월보다 약간 적었지만, 2014년과 2015년은 그 반대였다.
여행수지 여파에 7월 전체 서비스수지 적자 폭(-32억9000만달러)은 지난 1월(-33억6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수준을 보였다.
중국발(發) 사드 충격도 당분간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경제계 인사들의 말이다.
감소하는 경상수지 흑자폭
7월 전체 경상수지는 72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3월 이후 65개월째 사상 최장 흑자 행진이다.
다만 그 폭은 줄고 있다. 지난해 7월 경상수지는 84억1000만달러 흑자였다. 이정용 한은 국제수지팀 과장은 “상품수지 흑자는 소폭 확대됐지만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품수지 흑자(107억1000만달러)는 수출 호조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7월 당시에는 106억7000만달러 흑자였다. 특히 반도체가 ‘효자노릇’을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81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9% 급증했다.
금융계정은 97억7000만달러 순자산 증가를 보였다.
이 중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7억4000만달러 증가를 나타냈다. 2001년 9월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3억4000만달러 증가해, 지난해 3월 이후 17개월 연속 올랐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68억6000만달러 올랐다. 23개월째 증가세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계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인 영향”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36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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