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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7~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몰고 온 국제사회의 분열을 확인할 수 있는 회의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NYT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정상들이 기후변화를 위해 전진하고 있다”면서 “이번 G20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몰고온 ‘분열’ 확인한 G20 정상회의
G20 정상들은 이날 발표한 최종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에 주목한다”면서도 “나머지 G20 회원국 정상들은 파리기후협정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파리협정) 부속서 상의 ‘성장을 위한 G20 함부르크 기후 및 에너지 행동 계획’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없이도 파리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데 19개국이 뜻을 같이 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성명에는 “미국은 여타 국가들이 더욱 청정하고 효율적으로 화석연료에 접근하고, 또 그것을 사용할 수 있게 돕는데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는 문구도 함께 담겼다. 친(親)화석연료를 표방하는 미국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종 성명은 20개국의 일치·합의된 의견보다는 19개국과 미국의 의견을 나눠 담은 ‘19+1’ 형태로 발표됐다. 국제사회 공조를 위해 시작됐던 G20 정상회의가 ‘단합을 위한 장’이었다기 보다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분열의 장’이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분열의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기후변화 고문을 역임한 앤드류 라이트는 “이번 G20 정상회의는 미국이 파리협정으로 형성된 20조달러의 청정에너지 시장에서 스스로를 고립시켰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이민 문제 등에서도 다른 정상들과 의견을 달리 했다. 이 때문에 최종 성명에는 “우리는 상호 호혜적인 교역과 투자, 무차별 원칙의 중요성을 주목하면서 모든 불공정 무역 관행을 포함한 보호주의와 계속 맞서 싸울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정당한 무역방어 수단들은 인정한다”는 문구가 함께 담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종 성명이 만장일치로 채택되긴 했지만 미국 때문에 생긴 균열을 숨길 수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시급한 국제현안 ‘北核’ 문제 최종 성명서 빠져
국제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 위협 문제는 최종 성명에서 제외됐다. G20 정상회의가 경제문제를 다루기 위해 마련된 플랫폼인 만큼, 북한 핵·미사일과 같은 정치안보 이슈를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관측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G20은 외교정책보다 경제와 금융시장에 관련한 주제에 집중하는 회의지만 북한 문제가 자연스럽게 논의됐고, 이 문제를 논의한 모든 정상이 큰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적절한 조처를 하길 바란다”면서 G20 정상회의에서는 다루기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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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시위로 얼룩진 G20 정상회의…회의 일정 차질도
회의장 밖에서 열린 무장·폭력시위는 오점으로 남았다. 회의가 열리는 함부르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에 반대하는 환경보호가들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시리아 내전 개입이나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부패에 반대하는 단체들까지 여러 목소리를 내는 다양한 시위대들로 가득 찼다. 이틀 간 시위에 참가한 인원은 최소 5만명에서 최대 10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시위대는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이며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상점들이 습격을 당했고 거리 곳곳에선 방화가 벌어지기도 했다. NYT는 시위대의 소음과 헬리콥터 소리, 경찰 사이렌 소리, 비명 소리 등이 도시를 뒤덮었으며 택시와 버스 등의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묘사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취소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숙소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20개국 정상들을 보호하기 위해 2만여명의 경찰들이 투입됐으나 증원이 필요할 정도였다고 NYT는 전했다. 격렬한 시위로 현재까지 213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으며 300여명이 체포·구금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