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치 총리 잇는 젠틸로니 외무장관..위기의 伊 구할 수 있을까

언론인 출신의 중도 좌파 행정가..14일께 정식 임명
정책연속성에 금융권 안정 전망도..野 "국민 기만" 비난
  • 등록 2016-12-12 오전 11:01:40

    수정 2016-12-12 오전 11:01:40

파울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신임 총리(출처:AFP)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위기의 이탈리아를 구할’ 마테오 렌치 총리의 후임에 파울로 젠틸로니 외무장관이 지명됐다. 국민투표 부결 이후 정치권이 분열된데다 은행권의 위기도 이어지는 이탈리아를 구할 수 있을지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중도좌파 행정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로마 퀴리날레 대통령궁에서 젠틸로니와 면담한 후, 그를 렌치 총리의 뒤를 이을 신임 총리로 지명한다고 11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기자들을 만나 “새로운 정권을 신속하게 출범시킬 필요가 있다”며 “정치위기의 해결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틸로니는 1954년생으로 정치학을 전공한 후 환경단체 ‘레가암비엔떼’가 내는 신문 ‘라 누오바 에콜로지아(La Nuova Ecologia)’에서 언론활동을 해 왔다. 그러다 2001년 집권 민주당에 입당하며 하원의원에 당선,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로마노 프로디 총리 정부에서 통신 장관을 역임한 후, 2014년 10월 렌치 내각의 외무장관으로 임명돼 외교 수장 역할을 한 바 있다.

렌치 총리의 최측근이기도 한 그는 “국민이 안심한 가운데 국제, 경제, 사회적 상황에 전념하려면 온전한 힘을 가진 정부가 필요하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신임 총리가 15일 벨기에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만큼, 14일께 국회의 총리 신임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도, 정치도 과제 산적…야당은 벌써 반대 피력

젠틸로니가 이끄는 새로운 정권은 지진 피해지역 재건과 총선 실시를 위한 선거제도 정비, 내년 5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개최 준비 등을 해야 한다.

금융권 문제도 까다롭다. 현재 이탈리아 대형은행인 몬테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는 추가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경우, 도산할 위기에 처했다. ‘베네토방카’ 등 8개의 중소은행도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다행인 점은 젠틸로니 총리가 렌치 전 총리의 ‘금융안정화’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다. 렌치 전 총리가 진행하던 카타르 국부펀드와의 협상이 무난히 완료되면 이탈리아 금융권의 위기도 한숨 돌리게 된다. 카타르 국부펀드는 BMPS에 50억 유로의 자본을 출자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다만 젠틸로니가 이끄는 새 정권이 ‘단명’하게 되면 문제는 지금보다 커진다. 이미 야당들은 젠틸로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이 렌치 총리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현했는데, 또다시 렌치 총리의 최측근이 내각의 수장을 맡는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라우라 카스텔리 오성운동 의원은 신임 총리 지명 직후 “국민들은 기만 당했다고 느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게다가 포퓰리즘 성향의 정당 오성운동, 극우정당 북부동맹이 조기총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렌치 전 총리와 젠틸로니가 몸담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총선 시기를 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총선은 상하원 의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2018년 봄 예정돼 있지만 내년 초로 앞당겨질 것이란 견해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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