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양미영기자] 파죽지세로 잘 나가던 증시도 기습 폭설을 만났다. 산발적인 눈사태도 있었다. 시장은 주가 낙폭이 깊어져 1000포인트를 내주는 충격을 목격해야 했다.
실망감이 그만큼 깊었다는 뜻이다. 다행히도 증시를 온통 짓누를 것 같은 무게의 눈발은 금세 그쳤다. 증시는 크게 벌어졌던 낙폭을 만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상처는 남아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는 무관하게 이 부총리의 카리스마가 금융시장에서 차지했던 몫을 결코 무시할 수 없어서다.
더욱이 이부총리가 알게 모르게 주가 상승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충격의 여진이 더 오래갈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론 한바탕 요동으로 속이 차라리 후련해진 측면도 있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다.
악재는 악재지만 과거 대통령탄핵이나 행정수도이전 위헌 결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대세를 꺾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이를 대변하듯 지수도 롤러코스터를 탄 후 낙폭 일부를 거뜬히 만회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이헌재 쇼크가 시장의 기조를 뒤집을 성격은 아니다"며 "쉬어가고 싶던 차에 조정을 위한 악재로 작용했을 뿐 상승추세를 거스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장을 크게 반전시킬 요인은 없었다"며 "그동안 너무 올랐다는 부담 외에 크게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일단 급등락 과정에서 5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하면서 조정 가능성은 열린 상태다. 외국인도 큰 동요는 없었지만 매수세는 시들해졌고 차기 경제부총리 인선의 불확실성이나 트리플위칭데이와 금융통화위원회를 감안해도 상승탄력은 주 후반으로 갈수록 둔화될 수 있다.
그러나 외풍이 다소 거세졌을 뿐 증시 체질은 그대로다. 이헌재 쇼크 이전까지 증시흐름은 견조했고 실제 악재가 터진 후에도 차익실현과 저가매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김 연구원은 "주후반에 몰린 변수들을 감안할 때 당분간 관망 내지는 단기조정이 나타날 수 있지만 국내외 유동성이 워낙 좋고, 경제지표도 긍정적인 흐름이 나오고 있어 시황 자체는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연구원 역시 "소재나 에너지, 중공업 섹터는 여전히 시세를 내고 있고 꾸준히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며 "기간조정 우려 속에서도 계단식 상승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어 조정을 얘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은 똑똑하다. 이헌재 쇼크로 1000포인트 위에서의 고민의 무게는 늘었지만 1000포인트 지지력을 확인하고 속도조절의 핑계를 하나 더 얻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