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폭탄 현실로…내년 보험료 '9~16%' 올린다

1~2세대 평균 16%·3세대 8.9% 인상…전체 평균 인상률 14.2%
4세대 전환 가입자에게 1년간 보험료 50% 할인 추진
가입자 “보험금 타지도 않는데 요금만 인상...해지 고민중” 분통
  • 등록 2021-12-31 오후 2:53:29

    수정 2021-12-31 오후 7:23:01

[이데일리 박철근 서대웅 황병서 기자] 폭탄인상으로 소비자 불만이 컸던 내년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인상률이 세대별로 9~16% 수준으로 확정됐다. 전체 인상률 평균은 14.2% 수준이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1~2세대 실손보험(1세대는 2009년 9월까지 판매, 2세대는 2009년 10월~2017년 3월까지 판매)의 경우 평균 16% 수준으로 인상된다. 3세대(2017년 4월~2021년 6월) 상품의 경우 안정화 할인혜택(8.9% 수준)이 올해까지만 적용해 사실상 8.9%의 보험료가 인상된다.

1·2세대 상품 가입자는 2700만명, 3세대 상품 가입자는 800만명 수준이다.

초기 가입자 인상률 30% 넘을 듯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평균 14.2% 수준이지만 초기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갱신 주기가 5년인 초기 가입자들은 2017∼2021년의 인상률을 한꺼번에 반영할 뿐만 아니라 연령 인상분(1세당 평균 3%포인트)까지 더할 경우 30%가 넘게 인상되는 가입자도 나올 전망이다.

손해보험협회도 “가입한 상품의 종류·연령·성별 및 보험회사별 손해율 상황 등에 따라 실제 개별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인상률은 다를 수 있다”며 “개별 가입자는 개인별로 보험계약 갱신시기에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을 하는 A씨는(38세·여)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어 실손보험 혜택을 받는 일은 없었다”면서도 “나이를 더 먹으면 아플 일이 많을텐데 보험료를 또 인상한다고 하니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이렇게까지 반발하는 실손보험료 인상과 관련해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B(여·40)씨는 “우리 부부는 1세대, 2명의 아이는 2세대 보험에 가입했다.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며 “실손보험 혜택을 잘 받지도 못하는데 보험료만 올라 해지여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료비 2만원 이하면 서류 떼는 게 귀찮아서 청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둘째 아이가 크게 아파 입원한 적이 있는데 1인실에 입원하면 실손보험 혜택도 없었다. 해지하고 그 돈으로 저축하는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보험업계, 4세대 환승 가입자에 1년간 50% 할인

보험업계는 지난 7월 선보인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1~3세대 상품 가입자가 4세대 상품으로 전환하는 경우 1년간 납입보험료의 50%를 할인하는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가입하고 있는 보험사의 상품으로 전환하는 경우에 한해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시행시기는 업계 협의 후 추후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4세대 상품의 경우 보장성이 기존 1~3세대 상품보다 약해 실제 전환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4세대 전환이 여의치 않을 경우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적자는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당초 내년도 실손보험 인상률을 20% 이상으로 계획했지만 정부 반대에 부딪혀 14.2%선에 그쳐서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손해액이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도 말에도 다시 한 번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업계는 사업비의 과다지출이라는 이유를 대지만 해당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으면서 보험료만 올리려고 한다”며 “과잉진료 등이 원인이라면 의료계와 협업해 이 부분을 해소할 것인지, 업계가 하기 어렵다면 정부당국과 조정해서 국민들이 편안하게 실손보험을 이용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잉진료 및 비급여문제 해결이 실손의료보험의 적자를 해소하는 중요한 방안”이라며 “개선방안을 마련해 정부당국에 건의하는 등 실손보험이 ‘제2의 건강보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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