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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의 이러한 결정은 살아생전 고인이 품고 있던 인간과 생명 존중 경영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또 남다른 ‘어린이 사랑’을 갖고 있던 고인의 뜻을 받들였다. 유족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동시에 소아암과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를 후원함으로써 긴 안목에서 ‘희망’을 나누기로 결정했다.
유족들은 10년간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고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도 어린이 복지 사업에 힘써왔다. 고인이 취임 후 첫번째로 추진한 사회공헌 활동도 어린이 복지 사업이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취임 직후 외부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창밖에 낙후된 주택들이 밀집돼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비서진을 불러 어린이집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개관 소식을 보고 받고는 “진작에 하라니까 말이야”라며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이 사업은 꾸준히 지속돼 지금은 전국 30여개 삼성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인은 삼성복지재단을 통해 소년소녀 가장 지원 사업, 민간 복지기관 지원 등을 진행함으로써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어린이 복지를 향상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 2002년에는 총 4500억원을 출연해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을 설립한 데 이어 2006년 사재 3500억원을 추가해 교육부로 이관하는 등 어린이·청소년 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은 질병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여겼다.
빈곤의 대물림 방지에 기여하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어 기업의 존재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구현하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도 어린이·청소년 교육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도와주는 ‘드림 클래스’를 비롯해 디지털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스마트 스쿨’, 학생들에게 다양한 소프트웨어(SW) 체험 기회를 주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등이 삼성의 대표적인 ‘교육 나눔’ 프로그램이다.
한편 고인은 생전에 발간한 에세이집에서 “이제는 더 실질적인 어린이 교육에 소매 걷고 나서야 한다”면서 “어린 자녀들이 더 이상 길거리에서 배회하거나 시간을 때우러 이곳저곳을 전전하지 않도록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고 여가 시설도 다양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