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어린이 사랑'…유족들의 소아 희귀질환 지원 결실로

28일 故 이건희 회장 유족, 상속세 및 사회환원 내용 발표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에 3000억원 지원
故 이건희 회장 살아 생전 '어린이 복지' 사업에 관심
  • 등록 2021-04-28 오전 11:33:53

    수정 2021-04-28 오전 11:33:53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고인의 뜻을 담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한다.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돈이 없어 고귀한 생명을 잃는 어린이가 있어선 절대로 안 된다는 고인의 뜻을 이어가자는 취지다.

201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손을 잡고 부스를 돌아보고 있는 이건희 회장. (사진=삼성전자)
28일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은 삼성전자를 통해 상속세 및 사회환원 내용을 발표했다.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 받으면서도 비싼 치료비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유족들의 이러한 결정은 살아생전 고인이 품고 있던 인간과 생명 존중 경영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또 남다른 ‘어린이 사랑’을 갖고 있던 고인의 뜻을 받들였다. 유족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동시에 소아암과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를 후원함으로써 긴 안목에서 ‘희망’을 나누기로 결정했다.

유족들은 10년간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고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도 어린이 복지 사업에 힘써왔다. 고인이 취임 후 첫번째로 추진한 사회공헌 활동도 어린이 복지 사업이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취임 직후 외부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창밖에 낙후된 주택들이 밀집돼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비서진을 불러 어린이집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9년 사재 102억원을 출연해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했고 이를 통해 같은 해 12월 첫번째 어린이집인 ‘천마어린이집’이 개원했다. 이 회장은 어린이집 건설 중에는 직접 현장을 찾아 “5살, 6살 어린이들이 생활할 텐데 가구 모서리가 각이 져서는 안된다”고 당부하고 “하루 급식의 칼로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이후 개관 소식을 보고 받고는 “진작에 하라니까 말이야”라며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이 사업은 꾸준히 지속돼 지금은 전국 30여개 삼성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인은 삼성복지재단을 통해 소년소녀 가장 지원 사업, 민간 복지기관 지원 등을 진행함으로써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어린이 복지를 향상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 2002년에는 총 4500억원을 출연해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을 설립한 데 이어 2006년 사재 3500억원을 추가해 교육부로 이관하는 등 어린이·청소년 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은 질병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여겼다.

지난 2013년에는 발달장애를 겪는 어린이들을 위한 전문치료센터 건립에 써달라며 200억원을 기부했으며, 이에 힘입어 2017년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시어린이병원 내에 삼성발달센터가 개원했다. 삼성발달센터는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소아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의 협진을 통해 조기진단, 치료, 추적평가 등을 통합적으로 진행하며, 9개 전문치료실이 설치돼 발달장애 어린이 치료의 표준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빈곤의 대물림 방지에 기여하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어 기업의 존재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구현하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도 어린이·청소년 교육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도와주는 ‘드림 클래스’를 비롯해 디지털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스마트 스쿨’, 학생들에게 다양한 소프트웨어(SW) 체험 기회를 주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등이 삼성의 대표적인 ‘교육 나눔’ 프로그램이다.

한편 고인은 생전에 발간한 에세이집에서 “이제는 더 실질적인 어린이 교육에 소매 걷고 나서야 한다”면서 “어린 자녀들이 더 이상 길거리에서 배회하거나 시간을 때우러 이곳저곳을 전전하지 않도록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고 여가 시설도 다양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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