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17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손 원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징후가 있는데 대개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이 못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그때 그것이 이런 걸 시사하는구나라고 뒤늦게 안다. 고인 같은 경우 방송에 나와 본인이 과거 정치에 실패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아마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사전 징후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것을 과거 일로 덮고 그냥 넘어가고 완전히 회복되었는가, 아니면 대중이 모르는 사이에 계속 남아있어서 상황이 어려울 때 불씨가 지피듯 다시 또 나타날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손 원장은 또 “우울증도 잘 치료받으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고 무엇보다도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라며 정 전 의원이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이분(정 전 의원)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름대로 나섰던 것 같다”라며 “(정 전 의원이) 심리상담을 받은 게 아니라 스스로 배웠다고 하는데, 약간 역설적이게도 본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을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꺼려했을 수도 있다. 굉장히 자존심이 센 분은 ‘이건 내가 스스로 극복해야지’ ‘내가 해결해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분(정 전 의원)은 정치적 이상향을 그렸던 것 같다. 그런데 현직은 정치인이 아니고 정치평론가로서 활동하면서 아마 본인의 어떤 한계에 부딪히고 스스로 계속 좌절감을 맛보지 않았을까. 그런 부분이 상당 부분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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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극단적인 행동을 했던 건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 전 의원은 “인간이 본디 욕심덩어리인데, 그 모든 바람이 수포로 돌아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없겠구나’ 생각이 들 때 삶의 의미도 사라진다. 내가 이 세상에서 의미 없는 존재가 되는 거다. 급성 우울증이 온 거지”라고 답했다.
그는 또 “사실 (2016년 총선) 낙선 자체는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내 잘못이 아니었잖나. 친박의 행태와 국정농단으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으니 (보수당이) 잘 될 리 없었다”라며 “문제는 낙선 뒤였다. 고통에서 피하려면 죽는 수밖에 없으니 자살을 택한 거야. 14층 건물에 불이 나서 불길에 갇힌 사람이 뛰어내리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일이 있고 나서 병원을 찾았다. 그냥 있으면 또다시 스스로 해칠 것 같아서”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 차례 극단적인 시도를 한 후 “치유하는 삶을 배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끝내 마지막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사실 나만큼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본 사람이 드물지 않나. 그런 만큼 상담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서울시 부시장을 지내다가 2004년 17대 총선을 시작으로 19대 총선까지 서울 서대문을에서 내리 당선됐으나 20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낙선 이후 라디오뿐만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과 패널로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마포에 음식점을 개업하기도 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우울증을 앓아왔고 최근까지 약을 복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유족의 뜻을 존중해 정 전 의원의 부검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유서의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빈소는 17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9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