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심해지는 계절성 우울증...하루 30분 햇볕 쬐고 운동해야

계절성 우울증은 불면증 겪는 일반 우울증과 달리 하루 종일 무기력 해
  • 등록 2017-01-26 오전 10:58:26

    수정 2017-01-26 오전 10:58:26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병원을 찾은 4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쳐진 얼굴과 목소리로 만사가 귀찮고 피로감이 심한 증상을 호소했다. 지난 1년간 고 3짜리 딸아이를 수발하느라고 힘들었지만, 다행히 딸이 대학에 합격해 한숨 돌릴 만한데 식욕도 떨어지고 소화도 안 되며, 자꾸만 짜증이 나고 잠만 자게 된다고 한다. 피로를 일으킬 만한 질병이 있는지 검진을 해 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나 우울증 초기 증상을 보여 약물치료를 시작해 약 한달이 지난 후 상태가 호전됐다.

높은 청년실업률과 경기침체 등으로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우울증을 앓게 되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10%는 일생 동안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 즉 10명 중 한 명은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우울증 증상은 겨울철이면 더 심해진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는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특히 겨울에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서 겨울철 우울증이라고 별도로 이름 붙이기도 한다.

늦가을이나 초겨울부터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겨우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심하면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흔히 본다. 이렇게 계절의 변화가 기분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어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를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한다. 계절성 정동장애의 발생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계절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생활리듬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시계

우리의 뇌에는 ‘생물학적 시계’가 존재하며, 우리의 생활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생물학적 시계는 계절에 반응하는데, 특히 하루 중 낮의 길이 변화에 따라 반응하게 된다. 수 천 년 동안 인간의 생활리듬은 낮과 밤의 주기(cycle)에 따라 맞추어져 왔다. 우리는 해가 뜨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자게 된다.

강남 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호석 교수는 “겨울철 우울증은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의 부족이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뇌의 생물학적 시계는 외부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환경의 변화에 적합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어 있다.”고 말했다.

◇일반 우울증과는 증상 달라

우울증은 본래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기분이 우울해지고 원기가 없으며 쉽게 피로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 의욕 상실 증세를 보이는 것은 일반 우울증과 똑같다. 그러나 식욕 저하를 동반하는 일반 우울증과 달리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에는 많이 먹고 단 음식과 당분을 찾는다. 식욕이 왕성해져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살이 찌게 된다.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는 불면증을 겪지만 계절적 우울증 환자는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때문에 잠이 너무 많이 와서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은 일반적으로 봄이 되면 사라진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일반인 중 약 15%가 겨울철이 되면 다소 기분이 울적해짐을 경험하고, 2~3%는 계절성 우울증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계절성 정동장애는 대개 20대 이상이 되면 발생하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점점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비교적 겨울철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 국가에서 더 많이 발생하며, 낮에 햇빛을 쬘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순환근무자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햇빛을 받으며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치료는 매일 일정한 기간 동안 강한 광선에 노출시키는 광선요법이나 항우울제 투여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다소의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 낮 동안에 밖에서 활동을 늘리고 주위 환경을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바꾸어주는 것이 좋다.

서호석 교수는 “적어도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생성돼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아침에 일어나 방 안의 불빛을 아주 밝게 하는 것이 좋고 낮 동안에는 커튼을 걷고 의자 배치는 눈이 창문 쪽을 향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잠을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는 습관을 들이고 균형적인 식생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비타민제 복용이나 하루 8잔 정도의 수분 섭취를 통해 몸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것도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평소보다 야외활동을 늘리거나 걷기, 조깅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고 에너지를 높여주며, 정신적 신체적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낮 시간에 실외에서 운동을 하면 햇빛을 쬐는 효과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그래도 우울한 마음이 들 때는 감정을 표현하고 분출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나 친구, 이웃, 동료들과의 따뜻한 대화도 중요하다. 즐겁게 여가를 나누고 좋고 취미를 함께 즐기면서 운동도 같이하면 아주 좋다. 다른 스트레스 관리이나 이완에도 도움이 된다. 무기력한 증상이 2주 이상 나아지지 않으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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