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현대家 통큰 나눔에 정몽구·현정은 제외된 까닭은

아산나눔재단 출범에 현대차그룹·현대그룹 배제
차기 대선주자 정몽준 의원에 힘 실어주기 관측도
  • 등록 2011-08-16 오후 3:33:01

    수정 2011-08-16 오후 4:03:42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범 현대가(家) 그룹사들과 창업자 가족들은 16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5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 재단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참여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공생발전을 위한 나눔 활동에도 범 현대가가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아산나눔재단은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의 주도로 설립됐다. 정 의원은 총 2000억원을 출연했고,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그룹 6개사가 2380억원을 내놨다.

이밖에 그룹사별로는 KCC가 150억원, 현대해상화재보험 100억원, 현대백화점 50억원, 현대산업개발 50억원, 현대종합금속 30억원 등 380억원을 출연했다. 창업자 가족 중에서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 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도 총 240억원을 출연했다.

재단 설립 준비위원장을 맡은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는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키로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 아산나눔재단에는 장자인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과 적통을 자임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빠졌다. 이번 재단 설립 주체가 범 현대가라고는 하지만,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정 위원장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참여하지 않은 점에 대해 "범 현대가 모두 제각기 특성이 있고, 나름대로 좋은 일을 하고 있으며, 형편의 차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경우 비슷한 취지로 설립된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좋은 결정 내린 것 같다"며 "우리는 해비치 재단을 통해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그룹이 제외된 것은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생긴 분쟁의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아산나눔재단 설립과 관련해 출연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사회복지재단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계열사별로 기부, 봉사 등 사회공헌 활동을 수시로 전개하고 있다.

반쪽짜리라는 평가에도 불구, 이번 범 현대가의 아산나눔재단 출범은 정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이라는 호평도 나오고 있다.

아산나눔재단은 기업이 주된 출연 주체인 다른 재벌 부설 재단과는 달리 범 현대가 가족들이 내놓은 사재가 큰 몫을 차지하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정 의원과 현대중공업 그룹의 출연 금액을 합치면 4380억원으로 재단의 전체 재원의 약 90%를 차지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정몽준 의원을 위해 삼촌과 형제들이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화두로 던진 직후 발표된 점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만든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사회복지재단 설립은) 정부가 하라고 해서 갑작스럽게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번 발표가 특별히 어떤 시점을 의식하거나 어떤 목적, 다른 의도를 갖고 만든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가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이고, 또 내일(17일)은 변중석 여사의 기일이라는 점에서 오늘이 의미있는 날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 관련기사 ◀ ☞현대글로비스, 장애인 농산물 유통 사회적기업 설립 ☞[특징주]현대차 3인방 `상승 재시동`..부품株도 `강세` ☞인도 車시장 첫 감소..현대차 점유율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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