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무디스, 신용평가냐 길들이기냐

  • 등록 2003-01-24 오후 4:47:24

    수정 2003-01-24 오후 4:47:24

[edaily 김춘동기자]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중의 하나인 무디스가 한국을 돌아보고 갔습니다. 신정부 출범, 북한핵문제, 촛불시위 확산 등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요인들을 직접 점검하겠다는 목적에서 였습니다. 무디스는 정책당국자나 인수위 관계자, 북핵전문가 등을 만나 샅샅이 둘러봤습니다. 경제부 김춘동 기자는 무디스의 방한에서 신용평가를 위한 점검이라기 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요구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난 8일 오후 재정경제부 김용덕 국제업무정책관은 예고없이 기자실을 찾아와 무디스가 20~21일 한국을 방문키로 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애초 신정부 출범을 전후해 연례협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 터라 뜻밖이었죠. 더구나 무디스가 북핵사태와 촛불시위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방한한다는 통보인지라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내심 국가신용등급 상향을 기대하고 있던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날벼락인 셈이었죠.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 했습니다. 앞으로 몇개월 안에 신용등급을 올리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견조한 성장기조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습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국가신용평가 대책협의회를 열고 분주하게 대비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혹시나 북핵문제나 촛불시위로 인한 반미분위기로 인해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말입니다. 예정대로 지난 20~21일 3명으로 구성된 무디스 국가신용등급평가단이 방한해 공식 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4월에 다시한번 들르겠지만 당분간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디스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외교부 등 정부부처는 물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방문해 북핵과 신정부의 경제정책 등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무디스는 21일 공식일정을 마치고, 북핵은 여전히 주요 변수로 남아있지만 평화적인 해결의지를 확인했고, 촛불시위의 성격도 충분히 납득했다며 조금은 싱겁게 방한에 대한 논평을 내렸습니다. 다만 노동정책을 비롯한 신정부의 향후 정책에 대해서는 주요 변수로 남겨놓았습니다. 과연 무디스의 관심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무디스가 방한을 통보하며 밝힌 주요 관심사는 북핵과 촛불시위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기자들이 왜 무디스가 방한을 서두르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국내에서 보는 시각과 해외에서 보는 시각이 다르다고는 했지만. 북핵문제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데 있어 핵심변수로서 딱히 새로울 것이 없었습니다. 촛불시위의 경우에도 전체적으로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반미시위의 성격 이라기 보다는 소파(SOFA) 개정을 요구하는 차원이 강했습니다. 더구나 이번 방한멤버 가운데 두 명은 한국인 아내와 결혼했을 정도로 모두 지한파라고 합니다. 무디스의 조기 방한은 북핵도 주요 변수로 작용했지만 그보다는 신정부의 정책 노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게 아닌가하는 인상을 줬습니다. 인수위 등을 방문해 공기업 및 은행 민영화 등의 사안들에 대한 논의했고, 노동문제에 대한 우려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신정부 출범에 앞서 향후 추구해야 할 경제노선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경고까지 한 셈이지요. 무디스의 조언은 옳고 그름을 떠나 신정부의 정책노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급진적이고 친노동자 성격`의 신정부는 무디스를 포함해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무디스의 의도와 상관없이 무디스의 인수위 방문과 조흥은행에 대한 언급이 조흥은행 매각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일조한 듯 합니다. 특히 이번 방한 멤버중 한 사람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조흥은행 매각작업이 차기 정권의 우려로 실패로 돌아간다면 현 정권의 금융정책이 차기 정권에서 반드시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지원사격을 하기도 했습니다. 무디스는 4월 `다시 돌아온다`며 돌아갔습니다. 일단 긍정적 전망은 유지하지만 신정부 정책이 조금이라도 꼬투리가 잡히면 등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일종의 협박처럼 들렸습니다. 무디스 뿐이겠습니까. 해외 언론들도 신정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주문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경제의 영향권에 깊숙하게 편입돼 있는 이상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그렇지만 외국언론이나 신용평가기관들의 우려와 주문은 나름대로의 목적을 있을 것입니다. 신정권의 출범을 한달 남기고 있습니다. 새로 탄생할 대통령에 대해 곳곳에서 `길들이기`가, `흔들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변의 우려도 다독거려야겠지만 좌표를 잃고 표류하지 않을까 걱정도 듭니다. 노 당선자가 천명했던 `당당하고 자주적인 자세`가 출범전부터 시험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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