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 실마리 보이나

미국 "체제 보장" vs 북한 "NPT탈퇴 철회" 시사
  • 등록 2003-01-14 오후 4:22:40

    수정 2003-01-14 오후 4:22:40

[edaily 전미영기자]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의 방한을 계기로 북한 핵 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 보장 의사를 시사한 가운데 북한도 국제사회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유화적인 입장을 표명, 북한과 미국간 강경 대치 기류가 다소 완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켈리, 북한 체제 보장 가능성 시사 한 때 "두 개의 전선론"과 "경제 봉쇄"를 거론하며 강경 노선으로 치닫던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보다 온건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방한한 켈리 특사가 체제안전 보장 가능성을 언급하는가 하면 미국 백악관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재차 천명하고 북한의 응답을 촉구했다. 켈리 특사는 1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미국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켈리 특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체제 보장) 방식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으나 그간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에 요구해온 북한의 체제 보장안을 수용할 가능성을 시사해 관심을 끌었다. 켈리 특사는 이 같은 발언은 전일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한다면 에너지 지원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데 뒤이은 것으로 미국 정부의 일련의 유화적 정서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 북한의 "핵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며 양보를 거부해왔던 미국이 에너지 지원 재개를 언급해 처음으로 북한에 유인책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논평했다. 미국 백악관도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애리 플레이셔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협상이 아닌 대화를 원한다"는 전제 조건을 붙이긴 했으나 핵 문제를 두고 북한과 기술적 논의(technical discussions)"를 전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플레이셔 대변인은 "미국은 수차례에 걸쳐 대화 의사를 밝혀 왔고 이제 공은 북한 쪽으로 넘어갔다"면서 북한의 긍정적인 응답을 촉구했다. 플레이셔 대변인이 이처럼 북한과의 기술적 대화에 관해 언급한 것은 대북 대화의 전제로 북핵 폐기를 주장했던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북한, "핵 시위" 수위 조절 움직임 북한의 입장에도 모호하나마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4일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NPT탈퇴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 "핵 시위"의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공화국(북한) 정부는 핵무기전파방지조약(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지만 핵무기를 만들 의사가 없으며 현단계에서 핵활동은 오직 전력생산에만 국한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논평에서 전력 생산을 위한 시설 재가동을 위해 NPT 탈퇴를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결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의 이 같은 논평은 박의춘 러시아주재 북한 대사가 NPT탈퇴 선언을 철회할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북한의 강경 일변도 행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일고 있다. 박 대사는 13일 러시아의 북한 대사관에서 가진 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과 핵 위협을 중단하면 핵 무기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박 대사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는 형태를 막론하고 "전쟁 선포"로 간주될 것이란 엄포를 놓긴 했으나 겉으로 드러난 호전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대결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 문제에서 타협할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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