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주식시장이 사흘만에 반등했다. 개장초 약세분위기를 딛고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지수상승폭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락세가 진정됨에 따라 투자자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2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약후강의 흐름속에 전일 보다 2.41포인트 오른 526.61포인트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0.39포인트 상승한 64.53포인트를 기록했다. 두 시장 모두 사흘만의 반등이다. 선물지수는 그러나 장중 출렁거림을 반복한 끝에 전일 보다 0.05포인트 떨어진 65.05포인트로 살짝 고개를 숙이며 사흘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매수포지션을 취했고, 장중 콘탱고 상황에서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세가 현물시장의 뒷심으로 작용했다. 결코 현물이 독자노선을 걸은 것은 아니다. 최근 시장흐름은 철저하게 외국인의 선물 매매포지션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을 사면 현물지수는 오르고, 반대로 선물을 팔면 현물지수가 떨어지는 모양세가 뚜렷하다.
이날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량도 각각 4억주와 3억주를 웃돌았다. 특히 거래소시장에 소속된 하이니스반도체 거래량이 2억7천만주에 육박하는 사상초유의 대량거래를 유발해 관심을 끌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증시를 둘러싼 주변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만큼 여전히 조심스러운 장세접근이 요망된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물론 추가반등을 기대하는 분석가들도 적지않다.
그러나 이날 거래소시장의 반등은 선물 연계 프로그램 매수세의 유입으로 인한 착시현상일뿐 순수한 현물매수세는 취약했다는게 분석이 우세하다. 때문에 이날의 반등세는 기술적 반등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길게 맞서기 보다는 짧게 맞서는게 얘기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선물시장에서 연이틀(20일과 23일) 매도우위를 나타냈던 외국인이 이날 신규매수와 환매수에 적극 나서며 4645계약의 매수포지션을 취한 채 하루를 넘겼다. 이로인해 한 때 1400계약을 웃돌았던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포지션은 8000계약대로 급감했다. 누적 매도포지션의 감소는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외국인은 그러나 철저히 선물을 이용한 차익거래에 나서며 현선물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을 매수하면 현물시장이 오르고, 선물을 팔면 지수가 하락하는 시세흐름이 지난 12일 이후 영업일 기준으로 8일째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개장초 외국인의 선물포지션을 보면 그날의 주가가 보인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매수 1843억원, 매도 725억원으로 1118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그러나 이날 현물시장에서 177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면 선물을 매도했던 기관과 개인은 현물시장에서 각각 1307억원과 466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모든 투자두체가 현선물을 교차매매하는 모양세다.
이는 결국 투자주체들이 시장의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또 선물의 거래대금이 현물시장의 3배 이상을 웃도는 날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선물시장의 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현물시장이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통상 꼬리(선물)가 몸통(현물)을 흔들며 주가가 출렁일 때는 시장의 체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라고 증시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더욱이 이날 시장베이시스가 마이너스 0.18포인트로 하루만에 백워데이션으로 돌아섰다. 자칫 미국증시의 등락상황에 따라 백워데이션이 심화될 경우 25일 국내증시도 출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닉스의 진기명기
하이닉스반도체는 이날 시장의 주역이었다. 하이닉스는 장중 급등락을 반복한 끝에 전일 보다 125원(10.46%)이 오른 1320원을 기록했다. 사상최저치 행진을 나흘만에 마감한 것이다. 장중등락률이 30%에 육박할 만큼 요동도 쳤다.
이날 하이닉스의 거래량은 2억6971만주로 거래소 전체 거래량(4억8558만주)의 55.5%에 달했다. 물론 단일종목 하루 거래량으론 사상최고 수준이다. 종전 최고기록(1억5천만주)을 1억2천만주 이상 웃돌았다. 진기록이 아닐 수 없다.
하이닉스의 총발행주식이 10억1125만주임을 감안할 때 이날 거래량회전율은 26.7%로 4주 가운데 1주 이상의 주인이 바뀐셈이다. 통상 대량거래가 수반되면서 주가가 오를 경우 매도세력 보다는 매수세력이 많기 때문으로 긍정적 신호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날 하이닉스의 대량거래는 달리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하이닉스의 대량거래와 관련 "절대주가가 장중한 때 1천원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데이트레이더들의 단타성 투기 매수세가 유입된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낙폭과대라는 저가메릿에도 불구하고 보유기간을 길게 가져갈 경우 위험하다는 투자자들의 되팔기 심리도 거래폭발의 한 요인이란 분석이다.
주가의 급반전에 대해서도 "하이닉스의 펀더멘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급반등한 것은 기술적 반등이외에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이다. 외국인은 하이닉스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은 하이닉스를 1868만주, 216억원어치를 매도해 21일째 순매도행진을 이어갔다. 때문에 외국인의 지분율도 35%대로 뚝 떨어졌다.
하이닉스의 해외DR발행에 참여했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주매도 세력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의 기조적인 매도세를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한번쯤 꼽씹어 볼 일이다.
◇"아직 달라진게 없다"
주가는 대세상승국면에서도 쉬어간다. 수직상승 보다는 톱니바퀴형 상승곡선을 그린다. 반대로 약세국면에서도 무작정 곤두박질치지는 않는다. 반등의 기회를 주기 마련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이와관련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바닥확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술적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날 장중저점이 바닥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증시를 둘러싼 주변 환경도 크게 달라진게 없다고들 말한다. 나라안팎으로 ▲경기회복 지연 우려감과 ▲미국 등 주요국 증시의 동반약세 분위기도 부담스럽다. 또 무엇보다 ▲시장내 취약한 수급구조와 ▲주도세력 및 주도주의 부재현상 지속 ▲그리고 기업의 실적악화 전망과 ▲무너진 추세선 등 기술적 지표 등도 장세전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주가바닥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가, 아니면 추세반전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모멘텀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여전히 위험관리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 시세를 따먹을 수 있지만, 추세를 따먹기에는 여전히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