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숨진 노부부 집.. 강아지만 홀로

일가족 9명 팔순 잔치로 방콕행...전원 사망
"강아지한테 (같이) 가자 해도 안 가"
  • 등록 2024-12-31 오후 12:41:28

    수정 2024-12-31 오후 1:53:56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숨진 80대 노부부의 집에 홀로 남아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의 애처로운 뒷모습이 먹먹함을 더하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노부부를 기다리는 강아지 뒷모습 (사진=TV조선 캡처)
30일 TV조선은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인 80대 노부부가 살던 마을의 분위기를 전했다. 7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전남 영광의 한 시골 마을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어머니의 팔순 기념으로 일가족 9명이 방콕으로 떠난 뒤 아무도 돌아오지 못한 집에는 강아지만 덩그러니 남아 길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을 주민은 “(원래 주인이) 묶어놓지 않고 이렇게 놔두더라고. 우리 집에 가자고 하면 자기 집까지만 가다가 말아버려”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마을의 유일한 어린아이였던 6살 손주마저 목숨을 잃으며 마을 주민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주민은 “(아이) 보면 다 예뻐라 하고 보면 뭐 사주고 그랬다. 그 소식 듣고 저녁 내 울었다. 어제 울음바다 됐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9명의 가족 중 팔순을 맞은 A씨는 181명 탑승자 중 최연장자다. A씨와 자녀 등 4명은 영광에 살고 있으며 나머지 친인척 등 5명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세일 영광군수는 “사고 수습을 위한 인력과 장비를 즉각 지원하라”며 “유가족 지원과 부서별 유기적 협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돌아오지 않는 노부부를 기다리는 강아지 (사진=TV조선 캡처)
소방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외벽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항공기 기체는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으나 한국인 승무원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참사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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