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한강공원에서 잠이 든 뒤 실종된 대학생이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한강공원 내 폐쇄회로(CC)TV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공원 내부를 비추는 CCTV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사각지대를 인지하고 추가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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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술판 벌어지는데 CCTV도 없다니”…안전 사각지대 우려
대학생 손정민(22)씨가 지난달 25일 오전 2시쯤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잠든 뒤 실종됐다. 그는 닷새 만인 30일 오후 3시 50분쯤 실종된 장소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원 출입구에는 CCTV가 있지만 사건 발생지 인근에는 없어 손씨의 행방 파악에 난항을 겪었다.
3일 반포한강공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시민들은 공원 내부 CCTV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했다. 한강공원 인근에 산다는 경명수(71)씨는 “밤에 여기 와 보면 전부 술판에 쓰레기 천지”라며 “(공원에서) 술을 못 마시게 하거나 관리·단속을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러 나온 박모(16)군도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 나와 접촉사고가 나도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엔 자전거를 타는 이들도 많으니 CCTV 확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한강공원에서 만난 이모(23)씨는 “안전 우려도 있지만 돗자리나 텐트를 치고 쉬는 사람들이 많은데 누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그렇다”며 “밤이 되면 사람들이 술도 많이 마셔서 안전 우려가 있으니 CCTV를 설치하되 밤에만 작동시키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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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문제로 출입구에만 설치…문제되자 “확충하겠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한강공원 내 CCTV는 총 458대다. 한강공원 내 CCTV가 설치된 구역을 사람들이 머무는 ‘공원’, ‘나들목(지하진입로)’, ‘분수’, ‘승강기’ 등으로 구분하면 공원에 설치된 CCTV는 총 163대로,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렇듯 공원 내부 CCTV가 부족해 범죄 예방과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서울특별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해 달라’는 제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는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범죄 예방 효과도 있다”며 “CCTV 확충으로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잠재적 범죄자의 범죄 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완전할 수는 없겠지만 CCTV가 많으면 많을 수록 범죄 예방과 안전 관리 효과가 있다”이라며 “추가 설치와 관련한 지자체 예산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한강공원 내 CCTV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서울시도 추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있었고, 나들목으로 시민들이 많이 드나들어 효율을 따져서 (나들목과 승강기에 집중해) 설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를 심각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한강 전역 CCTV 사각지대에 30~40여대의 추가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