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고(故) 최숙현 선수의 장례식장에서 대한철인3종협회가 동료 선수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추가 피해 증언을 위한 6일 기자회견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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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철인3종협회 측이 최 선수의 장례식장에서 선수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영상장비를 이용해 녹화했다는 내용의 SBS 보도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 의원은 “애도를 표하는 장례식장에서 협회 관계자들은 조사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영상장비까지 동원해 슬퍼하는 동료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매우 비윤리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또 ‘녹취록이 있어도 법적효력이 없다’며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동료 선수들을 압박했다”며 “이는 진상규명이 아니라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한 명백한 은폐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단언컨대 이번사건만 이런 비윤리적이고 파렴치한 일들이 행해진 것이 아닐 것. 이제는 ‘우리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푼다’라는 말로 정의로운척 위선을 해서는 안 된다. 더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고, 누군가 숨죽여 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선수의 장례 기간이던 지난달 26일 대한철인3종협회는 최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체 조사에 나섰다. 이 가운데 한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3명이 있다고 (처벌을) 덜 하고 그런 건 아니거든. 5명이 있다, 6명이 있다, 큰 차이는 없어, 형을 받는 데는. 무슨 이야기인 줄 알지?”라고 했다.
또 “법정에 가는 것도 되게 용기 되는 일인 거고 이게 진화하는 것도 되게 용기 되는 거잖아. 우리는 이것만 해도 고맙다고 생각해. 법은 법의 문제고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할 테니까”라고도 했다.
|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사진=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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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은 동료 선수는 “입막음을 강요당했다고 느꼈다”면서 협회 측이 “그 사람들이 큰 벌을 받지는 못할 거다. 될 수 있으면 어디 가서 얘기하지 말고 그냥 ‘숙현이만 불쌍하게 됐지’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 협회 측은 사건을 축소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법정에 가는 것도 용기가 되고 진화하는 것도 용기가 된다’는 발언은 ‘진술을 하는 것이 용기’라는 뜻이었다고 했다. 또 장례식장에서 선수들의 면담 과정을 촬영한 것은 여러 차례 반복해서 진술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고, 발설하지 않도록 한 것은 2차 피해방지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