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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논의할 때가 됐다”며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서면서 리디노미네이션이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은 화폐가치 변동 없이 화폐 호칭을 바꾸거나 단위를 동일한 비율로 낮추는 것을 일컫는다. 돈 가치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거래 단위를 낮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폐단위를 1000대 1로 낮춘다고 하면 1만원(10000원)이 10원으로, 1000원이 1원으로 바뀌는 식이다. 값이 낮아지는 것으로 헷갈릴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숫자만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53년 2월 100대 1(100원→1환), 1962년 6월 10대 1(10환→1원)로 화폐 액면금액을 절하하는 등 두 차례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그렇다면 리디노미네이션은 과연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업계에서는 ‘화폐 환상’ 또는 ‘화폐 착각’ 현상을 들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실물 가치는 변화가 없는데도 화폐 가치가 낮게 느껴져 부동산 가격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10억원짜리 아파트가 12억원으로 오르기는 쉽지 않아도 100만원짜리가 120만원이 되기는 쉽다는 얘기다.
리디노미네이션은 부동산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보장도 없는데다, 실현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얼마 전 리디노미네이션을 언급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이 나와 지금이 그런 논의가 이뤄질 여건이 됐다는 뜻에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원론적인 말”이라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