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의약품 사업 백기..한독에 매각(종합)

제약사업부 575억에 넘겨..미용 분야만 전념
'수익성 악화로 시장 철수' 지적
  • 등록 2013-12-13 오후 3:44:17

    수정 2013-12-14 오후 1:33:47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002790))이 의약품 사업을 접었다. 당국의 지속되는 규제에 수익성이 악화되자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13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자회사 태평양제약 내 제약사업 부문을 한독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은 575억원이다. 이에 따라 태평양제약은 메디컬뷰티 사업부문에만 전념키로 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이번에 한독으로 간판이 바뀌는 제품으로는 관절염치료제 ‘케토톱’이 대표적이다. 보툴리눔톡신제제의 메디톡신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지만 종전대로 태평양제약이 영업을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아모레그룹이 의약품 사업에서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고 백기를 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약가인하, 리베이트 규제 등의 악재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의약품 분야를 포기한 것. 태평양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1412억원으로 2년 전보다 15.5% 줄었다.

아모레그룹의 의약품 사업 철수는 몇 년전부터 예견됐다. 지난 2011년 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영업조직을 메디컬뷰티와 제약사업부문으로 분리하면서 회사내에서 의약품 입지는 좁아졌다.

지난해 말 태평양제약을 아모레퍼시픽그룹에 흡수하고 상장 폐지하면서 의약품 사업 매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리베이트가 사업 철수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시각이 많다. 태평양제약은 152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돼 2011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억6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태평양제약은 지난 2010년 이후 새롭게 임상시험을 시작한 과제가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신약 개발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간판 품목인 케토톱의 추락에 따른 타격도 컸다. 케토톱은 한때 연 매출 40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건강보험급여 제한 이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208억원에 불과했다.

태평양제약 관계자는 “내부 역량을 메디컬뷰티 사업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메디컬뷰티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을 집중 육성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메디컬뷰티 전문기업으로 육성할 것이다”고 말했다.

태평양제약의 의약품 부문 임직원은 모두 변동 없이 한독에 승계된다. 영업 양수양도에 관한 법적 절차는 내년 2월 완료될 예정이다.

한편 태평양제약의 의약품 사업을 넘겨받은 한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추게 됐다.

태평양제약이 취급했던 제품들은 한독이 보유하지 않은 소화기계, 근골격계 제품이 많아 신규 시장 진출에 따른 시너지가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영업력도 대폭 보강될 전망이다.

한독 관계자는 “일괄 약가인하의 영향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체 제품을 확보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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