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패션 양도, 삼성家 두 자매 역할 관심

에버랜드 패션사업으로 제2도약 선언
제일모직 50년만에 소재사업으로 '대변신'
이부진 사장·이서현 부사장 거취, 연말 인사서 윤곽
  • 등록 2013-09-23 오후 3:18:42

    수정 2013-09-23 오후 6:59:15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제일모직(001300)이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고 첨단 소재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발표함에 삼성가의 두 딸인 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사장의 역할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버랜드, 패션 업고 ‘글로벌화’.. 제일모직, 소재기업으로 변신

삼성에버랜드는 12월 1일 자로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을 1조500억 원에 인수키로 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에버랜드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민해 왔고, 제일모직은 전자재료· 케미칼 등 소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올 초부터 패션사업 부문을 인수할 후보를 물색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의식주’ 관련 종합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작년 매출 3조500억 원 가운데 ▲E&A 사업(빌딩자산관리·에너지·경관사업) 에서 40% ▲F&C 사업(푸드서비스· 식재료 유통)에서 40% ▲리조트 &골프 사업에서 20%의 매출을 각각 올렸다. 여기에 에버랜드 매출의 절반가량을 올리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이 더해진 것이다. 제일모직 패션부문 작년 매출은 1조5000억 원이었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패션 사업을 중장기 성장의 한 축으로 적극 육성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패션사업은 삼성에버랜드로 주인이 바뀌더라도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인력 조정 등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패션사업을 분리한 제일모직은 전자재료, 케미칼 등 소재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제일모직은 2000년부터 전자재료를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해왔으며, 이미 전자재료, 케미칼 사업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양도하면서 확보한 1조 500억원의 재원으로 OLED 분야는 물론 기존 라인 증설 등 시설 및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이부진 사장·이서현 부사장 역할 변화는

이번 결정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삼성가 오너 3세들의 역할 변화다. 특히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이번 M&A뒤에 어떤 역할을 맡을지가 관심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의 대표로 현재 삼성에버랜드의 경영전략담당 사장까지 겸직하고 있다. 제일모직·제일기획을 맡은 이서현 부사장은 제일모직에선 주로 패션부문을 관장해왔다. 물론 최근에는 경영기획을 담당하며 소재분야까지 영역을 넓혔지만 주전공은 패션인 셈이다. 그동안은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등을 이 부사장은 패션을 중심으로 한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을 담당하는 것으로 후계구도가 정해진 듯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양수도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 부사장이 주도하던 패션사업이 이부진 사장이 담당하는 에버랜드로 매각되면서 현재는 언니인 이부진 사장이 패션 사업까지 맡게 되는 구조다.

하지만 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인수하는 연말 삼성그룹의 인사 시기와도 겹쳐 이 부사장의 거취도 변할 수 있다. 이 부사장이 자리를 옮겨 에버랜드 패션사업에 일정부분 참여하거나, 아니면 패션사업을 넘기고 소재사업 육성에 주력할 수도 있다.

재계에서도 이번 사업양수도에 대해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사장에 힘 실어주기라는 의견과 이 부사장이 향후 에버랜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정지 작업’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현재는 두 회사 간 사업 양수도만 결정됐을 뿐 어떤 구도로 갈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연말 인사를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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