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자본주의의 위기는 없다. 서구 자본주의 위기만 있을 뿐 에너지와 혁신, 성장을 위한 순수한 탐욕을 가진 역동적인 자본주의는 동쪽으로 이동했다”
메그나드 데사이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산되고 있는 자본주의 위기론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의 위기로 불리지만 엄밀히 따지면 선진국 자본주의의 위기로 볼 수 있다. 매서운 금융위기 속에서도 신흥국들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고 그 여파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의 경제권력의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미국식으로 대표되는 선진국 자본주의를 도마위에 올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신흥국 또한 위기의 파고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신흥국 또한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의 모델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위기를 잉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흥국들 역시 언제든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흥국 자본주의
금융위기로 미국 등 선진국에선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자본주의 모델을 운용하면서도 신흥국은 견고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 ▲ 2012년 주요 지역 국내총생산(GDP) 전망치 (출처:IMF), 계속해서 개발도상 아시아 경제가 서방지역 성장세를 앞지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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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신흥국들은 자본주의의 원리에 순응하되 지혜롭게 이를 변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모델이다. 중국은 정치체제로서 사회주의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를 통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1990년대 자본주의를 수용한 브라질에서도 광산업체인 발레와 같은 기업을 직접 관리하며 중소업체들을 합쳐 몸집을 불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싱가포르도 정부도 직접 기업을 소유하며 재원을 정부가 배분하고 있다.
많은 신흥국들은 이 같은 형식으로 변용된 자본주의가 성장 뿐 아니라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국 실정에 맞게 잘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은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부채 문제 등 심각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국형 국가자본주의 모델이 서구 자본주의를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흔들리는 신흥국, 현재의 번영이 답은 아니다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의 경제권력의 이동은 전세계 경제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지만 신흥국들의 성장세에도 한계는 있다. 신흥국들의 성장세가 선진국들에 대한 수출에 기대고 있는 만큼 결국 선진국 경제흐름에 커플링(동조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민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현재 수요가 위축된 미국 소비자들이 1년에 10조달러를 소비하는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소비자들은 고작 2조달러만 쓰고 있다”며 “서구 자본주의가 화염에 휩싸였다면 머지않아 아시아 쪽으로도 불길이 번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욱 큰 문제는 신흥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국가주도형 자본주의의 문제점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재원을 사실상 배분하면서 혜택을 보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간 불균형적인 성장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중국 차이나모바일과 중국국영석유회사가 낸 이익 330억달러는 중국 500대 민영기업의 전체 이익을 웃도는 규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12년 1월21일자에서 "신흥국가들에선 민영기업들이 자본을 늘리기 위해 분투하는 사이 국영기업들이 멋진 본사건물을 건설하는데 흥청망청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 이머징도 예외 없어..진짜 해답은 끊임없는 진화
물론 선진국들도 자본주의의 초창기엔 국가 자본주의적 운용체계를 활용한 적이 있다. 한국의 고도성장기도 국가자본주의 체제가 지배했다.
| ▲ 지난 2010년 중국과 미국 소비지출 추이(세계 GDP대비 비중), 아시아 성장이 여전히 서방국 소비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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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본주의의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국가 주도형 자본주의는 분명 기회와 한계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이는 곧 자본주의가 환경의 변화에 끊임없이 진화하며 무한 변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초상은행 총재를 지낸 친샤오 파원(波源) 재단 이사장은 “중국의 지난 30년간의 성공은 분명 시장 개혁에서 나온다”며 “계속 진전을 이루기 위해선 경제정책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변화하고 자유시장 시스템으로의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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