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은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해임 요구를 할 경우에 사임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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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6~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하면서 4.5~4.75%로 끌어내렸다. 이로써 한국 기준금리(3.25%)와 차이는 다시 150bp(1bp=0.01%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 9월 빅컷 결정 당시 미셸 보우먼 이사가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연준의 ‘스몰컷’ 결정은 예상됐고, 발표 직후 주식과 국채금리는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를 이어간 것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로 돌아갈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현 정책금리가 경제활동을 약화할 만큼 충분히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경제의 강세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정책 기조를 적절히 재조정하면 인플레이션이 견고한 경제와 함께 계속 낮아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연준은 성명서에서 “최근 경제 활동은 견고한 속도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고용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했고,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위원회 목표치인 2%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리스크가 ‘대략(roughly)’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지난 9월에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2% 목표치를 향한 지속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greater confidence)을 얻었다”고 언급했지만 이 문구는 사라졌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강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금리인하를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전반적으로 우리는 경제 활동에 대해 좋은 느낌을 받고 있다”며 “12월 금리인하를 배제하지도 포함하지도 (out or in)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12월 FOMC까지 고용보고서 한건, 인플레이션 보고서 두건이 나온다”며 “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12월에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연준의 독립성 질의가 쏟아졌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의 요청이 있으면 사임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단호히 답했다. 자신을 포함한 연준 이사진의 해임이나 강등은 “법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17년 파월 의장을 임명했지만, 첫 임기동안 파월 의장이 금리를 충분히 빨리 인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파월을 수차례 비난한 바 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0월에는 블룸버그 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연준 금리 결정에 관여할 수 있다며 독립성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내가 명령할 수는 없지만 금리 인상 또는 인하 여부에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재선되면 “그(파월)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될 경우”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2026년 임기가 끝나는 그를 재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아울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연준 정책에 미칠 가능성에 대해 “단기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규모 감세와 무역 파트너 국가들에 최대 20% 보편적 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했고 하원마저 ‘싹쓸이’ 한다면 트럼프가 원하는 세법 개정은 순식간에 통과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파월은 어떤 정책이 시행될지 “추측하지도, 가정하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책이 시행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재발되거나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관세가 이뤄질 경우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문제가 될 수 있고, 대규모 감세로 재정적자가 늘어날 경우 국채발행이 늘면서 국채금리가 상향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너무 높은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 경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아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간접적으로 트럼프의 감세 정책 등으로 재정적자 확대될 경우 미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파월의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12월 25bp 가능성을 보다 높여 잡았다. 파월 의장이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선을 긋지 않은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12월 FOMC 전 인플레이션 둔화 진전이 더뎌지고 있다는 데이터가 나오거나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뜨거워질 경우 연준 이사들이 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 트럼프의 감세 및 관세 정책카드가 어느 시점에 이뤄질지도 주요 포인트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12월 25bp 추가 인하 확률은 72.9%로 전날(69.9%)보다 높여잡았다. 동결 가능성은 29.5%에서 27.1%로 낮아졌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휘트니 왓슨은 “연준은 예상대로 25bp를 인하했고, 12월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최근 데이터 강세와 재정 및 무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연준이 금리인하속도를 늦출 수 있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내년에는 금리인하 ‘스킵(건너뛰기)’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이토로의 미국 담당 애널리스트 브렛 켄웰은 “파월 의장이 미국이 견고한 경제 기반을 유지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며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진 않았지만, 연준은 몇달 전보다 고용시장과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더 편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