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수사 받은 조합원 10명 중 3명 '극단 선택' 생각"

1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서 실태조사 발표
검·경 출석 295명 중 31% "자살·자해 고려"
"사회심리 스트레스 '고위험군' 절반 이상"
  • 등록 2023-06-13 오후 2:45:50

    수정 2023-06-13 오후 3:02:08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수사 기관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조합원 10명 중 3명이 자살이나 자해를 생각한 적이 있다는 자체 설문 결과가 나왔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경찰 소환조사 건설노조원 심리적 위기 긴급조사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두리공감 상임활동가 장경희씨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건설노조는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노조탄압과 국가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위기 긴급점검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곳은 지난달 1일 근로자의 날에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스스로 분신 사망한 건설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씨의 빈소가 마련된 곳으로, 건설노조는 오는 17일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범시민 추모제’ 개최를 앞두고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건설노조와 심리치유 단체 두리공감이 경찰·검찰·법원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조합원 29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1~25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8%(91명)가 최근 2주 동안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거나 자해할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57명은 자살 또는 자해를 생각했다는 빈도가 ‘2주 중 2~6일’, 18명은 ‘2주 중 7~12일’, 16명은 ‘거의 매일’이라고 응답했다.

또 ‘사회심리 스트레스’ 항목에선 전체 응답자의 55.3%(163명)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사회심리 스트레스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상태 혹은 전반적 행복감을 느끼며 생활하는지 등을 점검하는 지표다. 불안을 호소하는 노동자도 전체 응답자 중 66.4%(196명)에 달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 응답한 조합원들의 평균 나이는 약 52세, 건설현장 경력은 약 10년이다.

이에 따라 조합원의 수면시간과 질이 악화하고 술에 대한 의존도도 심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 형틀목수로 활동하는 한 노동자는 이날 현장 증언을 통해 “노조활동을 했다고 조사받은 게 태어나서 처음이고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게 억울하다”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있고 (휴대전화에) 입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는 게 겁이 난다”고 말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올해 조합원 1173명이 경찰 소환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19명이 구속됐다. 노조사무실 등 압수수색은 19차례 있었다.

장경희 두리공감 상임활동가는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으면 누구나 불안하지만 이렇게 높은 수준의 고위험군이 있다는 건 위험한 일”이라며 “노조원들이 호소하는 증상 대부분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사과와 국가 폭력 중단, 노동자들의 명예회복과 함께 건설노동자가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분신해 숨진 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씨에 대한 범시민 추모제 개최를 앞두고 건설노조 조합원과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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