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돌연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다. 올해 7월까지 산업은행에 900억원을 갚아야 하는 쌍용차 앞길이 막막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유동자금 부족이다. 신차 개발은커녕 급여가 제 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종료되면서 올해 1, 2월 국산차 판매량은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다. 차량 가격이 최소 100만원 가량 인상된 것처럼 느껴지면서 선뜻 차를 사기 쉽지 않았진 셈이다. 현대기아도 예외는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터져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며 2월 국산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21%가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3월부터 개별 소비세 인하 혜택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무려 1.5%까지 낮췄다. 3월부터 부품 수급도 원활해지면서 지난달 그랜저는 1만6000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웃음꽃을 피웠지만 쌍용차만 여전히 울상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약자 동맹으로 불리던 르쌍쉐(르노삼성, 쌍용차,쉐보레) 동맹을 봐도 쌍용차만 홀로 뒤쳐진다. 쉐보레는 1월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발표하고 부활을 알렸다. 르노삼성 역시 가성비를 앞세운 쿠페형 SUV XM3가 성공가도를 달린다. 지난 3월 9일에 발표돼 약 20일 동안 5500여 대를 출고하면서 6000여대를 판매한 셀토스에 간발의 차로 따라 붙었다. 이번 달에는 역전도 가능할 듯한 기세다. 하지만 소형 SUV 인기의 시초였던 티볼리는 정상적인 판매월로 따졌을 때 처음으로 2천대 벽도 깨졌다.
하지만 전 세계 유례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 마힌드라 역시 인도에서 3월 판매가 전년대비 88%가 감소했다. 그 결과 2300억원 투자는 없던 일이 됐다. 10년 전 상하이 자동차처럼 쌍용차와 결별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3개월간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자금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결별설은 일축했다.
쌍용차는 자금조달을 위해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비롯한 다양한 현금확보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명분 없이는 산업은행 지원도 힘들어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다른 산업에도 수많은 대기가 기다리고 있다. 모기업 투자 없이 지원은 전례가 없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설명이다. 더 차가운 것은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이다. 2020년 쌍용의 앞길은 캄캄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