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그렉시트보다 ‘엘리엇’이 더 위험하다

  • 등록 2015-07-09 오전 11:27:12

    수정 2015-07-09 오후 3:24:09

[조영훈 산업부장 겸 부국장]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이 약화되는 사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소식이 온통 세상을 뒤덮었다. 나라 밖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가 나비효과를 발휘할 틈도 없이 중국증시 대폭락이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의 위협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가톤급 뉴스에 가려 있지만 중요도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이슈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여부다. 그 결과에 따라 향후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이야 항상 갈등의 구조를 품고 살기에 새로울 것도 없다. 그리스는 사실 바다건너 얘기이기 때문에 독일에 미치는 영향과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변동성이 커진 중국증시는 국내 경제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중국의 경기 사이클이 매번 호황기만을 누릴 수 없는 일이니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슈는 다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헤지펀드의 공격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잘 막아 합병에 성공한다고 해도 한국기업들이 시스템 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삼성 다음은 현대차와 한화, 두산, CJ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라는 증권가의 루머가 흘려 들리지 않는 이유다.

대주주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순환출자로 대기업 진단을 이루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2세 기업인으로의 승계과정에서 합법적으로 찾아낸 묘책이었다. 3세 승계과정에서는 비상장기업의 기업공개를 통한 지분율 높이기 방법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또한 현행법 안에서 찾아낸 몇 안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추진된 것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와병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자연스럽게 3세 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인 과정은 분명 아니라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출범 과정에 불어닥친 경제 민주화 바람은 반기업정서로 이어져 대기업에 대한 적대적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도 현실이다. 알만한 기업인들의 사면·가석방이 번번히 실패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3세 승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사안은 아니다. 야권 대표주자의 한 사람인 박영선 의원이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외국인 투자심사를 강화하자고 제안한 것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지배구조의 약점을 보인 기업의 주식을 매집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불건전한 투자를 차단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기업들이 계속기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통해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포이즌필부터 황금낙하산, 복수의결권 주식제도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된 것이다. 신생기업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조차 보유한 복수의결권을 우리 기업이 누리지 못한다면 그 피해가 국민경제로 이어질 수 있다.

법 개정에 맞춰 기업과 기업인의 사회적인 책임을 강화한다면 국민 정서도 달랠 수 있다. 창조경제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나선 기업들은 수백억부터 수천억을 투자해 창조혁신센터를 만들고 있다. 메르스로 인한 내수 경제 살리기에도 몇백억원을 내는 기업이 나온다. 필요하다면 상속·증여·법인세를 강화해 세수부족을 보강하면 될 일이다. 살려놔야 ‘씨암닭’이지 병들어 죽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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