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국면전환?...미·중 공조 미묘한 조짐

  • 등록 2013-03-19 오후 5:47:08

    수정 2013-03-19 오후 5:47:08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북핵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 간 공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대북 제재의 실효성이 약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에서 미·중 협력의 가시화는 북핵 문제의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오바마, 시진핑에 “협력 하자”

미국 백악관은 1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전협정 폐기 등 북한의 최근 언사나 행동과 관련해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을 포함해 중국과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붕괴를 우려해 북한의 잘못을 계속 참아왔지만 북한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G2(주요 2개국)의 한 축인 중국의 외교 행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이에 대해 중국이 공식적으로 부정하지 않는 것은 양국간 사전에 일정부분 공감이 있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구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이 국가 주석으로 선출되면서 공식적인 지도자로 자리매김하자 즉시 전화를 걸어 “협력 하자”고 말했다. 양국 정치 경제 뿐 아니라 한반도 현안,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국내 경제 현안이 시급하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중국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 미국에 주도권을 뺏기기 싫어하는 만큼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적극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중 ‘균열‘ 감지?

시진핑 체제에 접어든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고심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특사까지 파견해 만류했음에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고, 최근 북한이 중국, 유엔 3자간 체결된 정전 협정에 대해 중국의 의견을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기를 선언하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 내부에서는 북한 지원 중단, 대북 정책 재설정 등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중국에 개설된 조선광선은행 단둥 지점 등 북한 은행에 대한 독자적 금융제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후계 세습을 한지 1년이 넘었지만 방중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북·중 관계의 이상 징후로 읽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중국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에서 변화된 위상을 인지시키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시진핑 주석 체제에 들어서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커졌고 미국도 북한 문제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한국으로서는 지금이 대북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긴장 국면을 해소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발 이어가는 北

북한이 이번 주에 대규모 국가급 훈련에 돌입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우리의 단호한 군사행동이 시작되는 그 순간 청와대는 산산이 박살나고 서울은 물론 남조선 전역이 잿가루 속에 잠기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비군사적 대남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북한은 최근 비과세 지역이던 금강산 관광특구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규를 제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강산 특구에 투자한 현대아산 등 남한 기업에도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향후 남북 관계에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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