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은 한국 와인사(史)의 살아 있는 증인이다. 농장주가 되는 게 꿈이었던 김 회장은 대학에서 농화학을, 대학원에서는 식품학을 전공했다. 이때 와인과 위스키는 물론 전통주 만드는 법까지 배웠고, 동아제약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주계(酒界)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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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김 회장에게 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회사의 지원 아래 1년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와인 양조학(Enology)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된 것. 이후 수 년 동안 그는 수석농산에서 와인메이커로 국산 와인 생산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던 그에게 시련은 다가왔다. 80년대 말부터 외국 와인의 수입이 허용되면서 국산 와인의 설자리가 줄어든 것.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회사에서 와인 생산을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져습니다. 난감했죠.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수천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구의 와인을 감당하기에는 우리의 역량이 너무도 부족한 게 사실이었으니까요.”
우리나라도 여러 와인교육기관이 설립되고, 와인지식을 제공하는 곳도 많아졌다. 하지만, 자사 제품의 홍보를 목적으로 교육하면서 정확한 와인지식보다는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와인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
“우리나라에서는 와인을 미신 대하듯이 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습니다. 주관적인 느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외국인 초청강의, 외국의 학원 명의를 사용하면서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내실은 기하지 못한 사례도 많습니다.”
2000년 서울와인아카데미를 시작으로, 한국와인아카데미를 거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철준 와인스쿨에 이르기까지 김 회장이 가르친 학생들은 줄잡아 2000명에 이른다. 서울의 어지간한 호텔, 레스토랑, 백화점, 와인숍 등에는 제자가 다 있을 정도. 그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소믈리에’ 교육뿐만 아니다. 와인의 역사와 함께 직접 와인을 만드는 ‘양조학’도 가르친다. 그런 그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와인은 격식으로 마시는 술이 아니라 지식으로 마시는 술’이라는 것이다.
2006년에 설립된 한국와인협회에서는 그간 부회장으로 일을 해오다 올 초부터 회장직을 맡게 됐다. 회장으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신념은 단 하나. ‘와인을 대중화시키자.’다. 최근 이슈가 된 와인의 인터넷 판매는 이런 맥락에서 찬성하기로 협회의 방향을 정했다.
*약력: 1952년생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자연자원대학원 식품공학과 졸업. 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California State University, Fresno) 와인 양조학(Enology)과 수료, 동아제약 효소과 및 연구소 근무, 수석농산 와인메이커, 서울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아카데미 원장, (현)한국와인협회 회장,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와인생산협회 부회장.
*저서: 국제화시대의 양주상식(1994, 노문사), 와인과 건강(2001, 유림문화사), 와인(2003, 백산출판사), 와인 핸드북(2003, 백산출판사), 양주이야기(2004, 살림출판사), 웰빙와인상식50(2004, 그랑뱅코리아), 와인의 발견(2005, 명상), 와인, 어떻게 즐길까(2006, 살림출판사), 와인양조학(2009, 백산출판사),
*논문:발효 동안 Phenol류 증진을 위한 적포도 MBA의 처리방법, 한국 전통 장류의 문헌적 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