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안 또 법정기한 넘겨..`민생사업 차질 우려`

상임위 16곳 중 6곳만 의결..예결특위 심사조차 못해
정부 "민생사업 차질..회계연도 개시전 배정 활용"
  • 등록 2009-12-02 오후 3:16:27

    수정 2009-12-02 오후 3:18:08

[이데일리 박기용기자] 세종시와 4대강을 둘러싼 여여간 첨예한 대립으로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또다시 법정시한인 2일을 넘기면서 각종 서민예산 집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2일 국회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사와 의결을 끝낸 상임위는 운영위, 법제사법위, 외통위, 국방위, 문방위, 지식경제위 등 전체 16개중 6곳에 불과하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세출 예산안만 의결한 상태다.

내일(3일) 여야 간사간 협의를 통해 예결특위 일정을 잡을 계획이지만 상임위 의결이 절반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 당장 일정이 잡히는 것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가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넘긴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7년째다. 더구나 국회 예결특위가 법정 처리시한 전까지 심사조차 진행하지 못한 것은 19년 만이다.

헌법 54조는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국가 예산을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지난 1989년 이후 20차례 진행된 예산 심사에서 시한내에 처리된 경우는 5차례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회가 예산을 확정하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는 둥 이를 배정하는데 통상 7일이 소요된다. 사업공고와 계약체결 등 사전 준비에 15일 가량이 소요되고, 자금 집행에 7일이 걸리는 등 시중에 돈이 풀리기까지 평균 30일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달 있은 17차 예산집행점검회의에서 각 부처에 정부 예산안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해 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에도 계약금 등의 소요에 충당하기 위해 11조7000억원을 회계연도 개시 전에 배정한 바 있다. 내년 예산안 통과가 늦어져 이달 중순을 넘어가는 경우 올해도 역시 회계연도 개시 전 배정제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등 예산안 확정 전에 내부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사전 절차들은 연내에 이행 완료하라고 지침을 내린 상태”라면서도 “내부적인 준비는 할 수 있겠지만 모집이나 발주 등 대외적으로 공표해야하는 것들은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장애아동 재활치료나 취업후 학자금상환제, 사회복지시설 개보수, 희망근로와 청년인턴 등 각종 일자리 창출사업들은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적기 시행이 어려워진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장애아동 재활치료의 경우 관련 사업공고와 신규 대상자 선정 등에 최소 30일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며, 내년 1학기부터 시행할 예정인 취업후 학자금 상환사업의 경우 채권 발행 등 대출 준비에 적어도 50일이 소요된다. 예산안이 늦게 확정되는 경우 내년 2월 대학등록 기간에 등록금 지원이 어려워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모집공고를 내야하는 희망근로나 청년인턴 사업도 마찬가지다. 청년인턴의 경우 연말에 사업공고를 내고 모집 절차를 거쳐 근로계약을 맺어야 내년 1월부터 사업을 시행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공고조차 낼 수 없어 시행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또 매달 20일에 지급되고 있는 생계급여의 경우 연말이라도 예산안이 통과된다면 직접적 피해가 없겠지만, 당사자의 신청 후 3일 이내에 지급돼야 하는 긴급복지지원제의 경우 이달 말에 신청해 내년 초에 지급받으려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지연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7년 동안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다고는 하지만 현재는 위기 상황이고 불확실성이 있으니 이럴 땐 힘을 모아줘야하는데 4대강 등의 정쟁으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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