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는 항상 한국인들의 것으로 생각"

[인터뷰] "애국가" 저작권 정부에 넘긴 안익태 외손자 미구엘씨

  • 등록 2005-03-22 오후 5:19:06

    수정 2005-03-22 오후 5:19:06

[오마이뉴스 제공] "한국 땅 아닌가. 논쟁의 여지가 없다. 국제법상으로도 독도는 한국땅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만세!" 일본 시마네현에서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켰던 지난 16일, 공교롭게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 선생(1906∼1965)의 유족들이 애국가 저작권을 한국에 무상기증 했다. 유족의 대변인 격인 외손자 미겔 익태 안(28·변호사)씨는 최근 일고있는 독도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이어 "최근 고구려에 대한 중국의 역사왜곡 문제도 잘 알고 있다"며 이 역시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안익태 선생의 외손자 미겔 익태 안(Miguel Eaktai Ahn)씨는 1977년생으로 스페인 마르요카에 살고 있다. 그는 발레릭 아일랜드 대학을 졸업한 뒤 법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뒤 시민을 위한 변호사(Civil lawyer)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2년 동안 한양대에서 국제관계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미겔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특히 겨울방학 때는 기숙사에 나혼자만 남아 남방도 제대로 안돼 추위에 떨면서 외로워했다"며 "여자친구도 떠나갔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17일 <오마이뉴스> 와 인터뷰를 가졌다. 안 선생의 부인인 롤리타 안(89) 여사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데다 이날 다른 일정 때문에 인터뷰에 함께 하지 못했다. 대화의 대부분은 역시 최근까지 논란이 됐던 애국가 저작권 문제. 미겔은 약 한 달 전부터 갑자기 불거진 "저작권 논쟁"으로 "그저 평범하게 지내고 있던" 가족이 풍랑을 만났다고 했다. 정부에서 처음으로 저작권 반납을 협상했던 시점은 2월 중순이었다. 논쟁의 중심에는 "저작권료"가 있었다. 당시 누리꾼(네티즌)들은 "유족들이 유상으로 애국가를 넘기려 한다"며 찬반 논쟁을 벌였다. 특히 언론에서 이같은 내용의 보도를 하면서 비난의 화살은 가족들에게 쏠렸다. "한달 전쯤 갑자기 저작권 문제로 정부를 대표해 스페인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에게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몰아붙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은 똑같았다. 단 한차례도 돈을 요구한 적 없다. 저작권 문제는 정부와 국민들간의 문제인지 알았다.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항상 애국가는 한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했고 공공재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미겔은 "우리가 무상으로 기증하더라도 한국정부가 저작권법에 의해 애국가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이 (정부를) 비판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우리를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미겔의 말은 18일 오후 문화관광부 관계자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그는 "유족측에서 협상과정에서 유상기증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협상 당시 여론이 잘못되는 것을 보고 우리 가족과 스페인 주 한국 대사관(정부와 가족의 연락책 역할을 했다고 함), 그리고 정부간 의사소통이 잘못됐다(miscommunications)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2월 말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 3개국어로 된 대언론 성명서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 저작권을 무상기증할 것을 밝혔다." 유족들을 아프게 했던 또하나는 이들이 지금까지 많은 저작권료를 받았다는 소문. 그러나 "우리는 1999년 300달러, 2000년은 500달러, 2001년 1000달러, 2002년 5000달러, 2003년 3000달러, 그리고 지난해엔 5000달러를 받았다"며 "우리는 저작권료를 받아 부자가 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한참을 저작권에 대해 힘주어 말하던 미겔의 목소리 톤이 낮아진다. "할아버지께서 한국을 떠난 건 일본제국이 할아버지를 죽이려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할아버지가 최고 애국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한국에는 훌륭한 애국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애국자라는 말은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족들은 안 선생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길 원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안 선생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 할아버지께서 편히 잠드셨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이 단지 할아버지께서 한국을 항상 사랑했던 위대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해줬으면 할 뿐"이라고 작지만 힘주어 말했다. 이어 미겔은 안 선생의 유품에 대한 한국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가족은 이미 많은 유품들을 정부에 기부했지만 현재 독립기념관에 전시돼 있는 유품들은 많지 않다"며 "한국 정부에 알아봤더니 최근까지 나머지 유품을 전시할 기념관 건립 등의 대안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두가지 모두 해결될 가능성이 보인다. 문광부에서 안 선생에 대한 "독립유공자" 예우와 기념관 건립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 정동채 문광부 장관은 지난 16일 "애국가 저작권 무상기증서 전달식" 뒤 "가족들의 바람을 충분히 받아들여 독립유공자 예우와 기념관 건립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의 네티즌들이 우리를 돈만 밝히는 비애국자(unpatriotic)라고 몰아붙였을 때 참기 힘들었다"는 미겔씨. 그는 "혹시 생전에 보지못한 할아버지에 대한 꿈을 꾼 적이 있는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미소지었다. "할아버지를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에 특별한 꿈을 꾸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할 때 통일을 위해 무언가 일했으면 한다는 꿈을 가져봤다. 조금이라도 통일에 일조할 수 있다면 해방되기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행복하실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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