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정벌레차" 역사 속으로..VW 비틀 생산중단

  • 등록 2003-06-23 오후 3:37:08

    수정 2003-06-23 오후 3:37:08

[edaily 전미영기자] "딱정벌레차"로 알려진 폴크스바겐의 "비틀"(Beetle)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독일(1978년)과 브라질(1996년)의 비틀 라인을 닫았던 폴크스바겐이 마지막 남아있던 멕시코 공장에서의 생산도 내달중 중단키로 결정함에 따라 오리지널 비틀은 완전히 단종된다. 그러나 1997년부터 가동된 멕시코의 뉴비틀 생산라인은 그대로 유지된다. 지금으로부터 69년 전, 아돌프 히틀러의 제3제국 당시 생산되기 시작한 비틀은 지금까지 2100만대가 팔려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차량으로 사랑받았다. 판매대수 급감으로 더 이상 비틀 라인을 가동할 수 없게 됐다고 밝힌 폴크스바겐도 "비틀은 가장 오래 지속된 모델"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도요타의 코롤라와 같이 더 오랜 기간 판매된 차종이 있긴 하지만 차량의 스타일이나 외형, 사이즈 등이 여러 차례 변형됐다. 하지만 비틀은 전설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페르디난드 포르셰의 30년대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유지해 왔으며 그 때문에 애호가들이 갖는 아쉬움은 유난한 듯 하다. 세계 각지의 비틀 소유주들은 따로 주간모임과 자동차 경주를 갖고 있으며 멕시코에만 80개의 비틀 클럽이 있다.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는 1979년형 비틀의 박하향 에어컨디셔너부터 비틀 쿠키항아리에 이르기까지 비틀 관련 물품이 1000개 이상 올라와 있다. 비틀은 또 자동차 이상의 그 무엇을 상징해온 차량이었다. 연합군 점령하의 독일에서 1945년 처음을 양산된 비틀은 독일 재건의 표상이었다. 1960년대 미국에선 비틀을 탄다는 것이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을 상징하기도 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에 문을 닫게된 멕시코의 조립라인에서 일해온 한 노동자의 말을 인용해 전하면서 비틀의 퇴장에 아쉬움을 표했다. 40년간 이 자동차를 조립해온 그는 "비틀은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차였다. 아마도 나는 비틀을 너무 많이 사랑한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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